말하기 강의
유정아의 서울대 말하기 강의
(소통의 기술, 세상을 향해 나를 여는 방법)
유정아 | 문학동네
2009.06.25 | 264p | ISBN : 9788954608329
간간히 경영 교육이나 대중 연설을 경험했던 나에게도 말하기는 여전히 어려움이 따르는 부담스러운 작업이다. 교육 주제를 나보다 더 잘 알고 있는 전문가가 존재한다는 일종의 두려움은 1 시간의 교육을 준비하기 위해 전문서적을 60 권이나 참고했던 '악몽'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요즘은 파워 포인트 등의 화려한 디지털 기술 덕분에 다양한 개성을 표출할 수 있게 되었으니, 약간의 창의력을 발휘한다면 '같은 내용이라도 다르게 표현하는' 방법으로 이러한 부담감에서 해방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사실 말이라는 것을 자신의 두뇌 속에 녹아 있는 다양한 정보와 지식, 그리고 경험 등을 스스로가 의도하는 목적을 이루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본다고 해서 그 의미가 퇴색되지는 않을 것이다. 말하기는 분명 궁극적인 목적을 가지고 있으며, 우리는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한 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을 사용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말하기의 근본은 무엇이며, 또 말을 잘하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책 내용과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우리나라 최고 학부라는 서울대학생들은 과연 어떤 과정을 통해서 말하기라는 '학문'을 공부하고 있을까? 이에 대한 모든 궁금증을 분석적으로 접근하기를 바라는 사람이라면 [유정아의 서울대 말하기 강의]에 주목하기 바란다. 지난 5년(10학기) 동안 10초 만에 수강신청이 마감되었던 인기를 이 책을 통해 실감할 수 있으리라 본다.(아마도 그녀의 유명세나 미모도 한 몫 했을 것 같기는 한데...)
책은 크게 6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말과 관련된 다양한 이론과 실습 과정, 그리고 후반부로 갈수록 유정아씨의 개인적인 경험이나 철학이 상당부분 묻어나는 것도 친근감도 느껴진다. 다만 이 모든 과정에 대한 실습을 독자 스스로 따라해 볼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 책의 소재가 대학이라는 테두리를 벗어난다면, 장기적으로 그녀의 강의와 실습과정을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져도 좋을 것 같다.
물론 이 책은 서울대학생들을 상대로 한 강의록에 기초하고 있는 만큼, 학생들에게는 저자가 주장하는 '여성주의적 말하기'는 의미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그러나 눈을 돌려 치열한(그리고 험악하기까지 한) 삶의 현장을 되돌아 보자면, 말이라는 개념을 원론적인 수준에서 좀 더 확장시켜야 될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상대를 굴복시키기 위해 위압적인 태도로 공포심이 느껴질 정도의 어투을 사용함으로써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전쟁터 등의 극한 상황에서는 일명 '쌍소리'가 오히려 더 효과를 발휘하는 경우도 흔하다.
책임을 회피하려는 상관의 애매한 명령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상하 관계는 새로운 균형을 유지한다. 앞을 보게 하고서는 뒤통수를 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진실 속에 거짓을 숨기기도 한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거짓말은 때때로 상당한 효과를 발휘하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자신이 듣고 싶은 대답을 유도하기 위해 교묘하게 질문을 위장하는 경우도 있다. 협상이 난항에 빠지면 의도된 협박도 서슴치 않는다. 이러한 모든 것들이 말이라는 무기를 통해서 행해지고 있는 만큼 지금 우리에게는 '치명적인 공격과 상처받지 않는 방어'가 부수적으로 필요한지도 모른다.
말... 인류가 의사 소통을 위해서 가장 오래동안, 그리고 가장 유용하게 사용되었던 도구이자, 앞으로도 그 영향력을 과시하게 될 효과적인 교류수단을 알아가는 과정은 대단히 흥미롭기까지 하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분석하고 개념적으로 정리하는 한 권의 책이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으리라는 속단은 금물이다. 미모의 전직 아나운서가 들려주는 [말하기]의 가장 큰 핵심은 그것을 표현하기 위해 자신의 능력을 개발하고자 노력하는 각자의 몫으로 남겨 두었기 때문이다.
[출처] 유정아의 서울대 말하기 강의 (소통의 기술, 세상을 향해 나를 여는 방법) |작성자 정만서
| [출처] 유정아의 서울대 말하기 강의/파워블로거 '내일 뭐 읽지?' 의 정만서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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