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산책길

그 담쟁이가 말했다

한지톡톡권영애 2011. 9. 4. 20:49

 

그 담쟁이가 말했다

            - 강은교 -

 

 

 

나는 담쟁이입니다. 기어오르는 것이 나의 일이지요.
나의 목표는 세상에서 가장 길며

튼튼한 담쟁이 줄기를 이루는 것입니다.

옆 벽에도 담쟁이 동무 잎들이 기어오르고 있었지만

내가 더 길고 아름답습니다.

내 잎들은 부챗살 모양입니다.
 
 

오늘도 그 사람이 보러 왔습니다.

나는 힘차게 벽을 기어 올라갔습니다.

그 사람은 한참 동안이나 나를 바라보다가

벽의 어깨를 한 번 쓰다듬고는 떠나갔습니다.
나는 부챗살로 벽을 기어 올라갔습니다.

주홍빛 아침 해가 내 꿈밭 위에서 허리를 펼 때까지.

아아, 세상에서 가장 눈부신 담쟁이 줄기가 될 때까지.

있는 힘을 다해.

 

아침마다 산책길에서 만나는 담쟁이를 보면서 끈질긴 생명력에 감탄을 보낸다.

건물에는 좋지않다지만 풍경이 너무나 아름답다. 그래서 담쟁이를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