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풍경

정재승의 서재는 일요일 오후의 공동묘지이다.

한지톡톡권영애 2012. 6. 17. 12:29

 

저한테 서재는 일종의 일요일 나른한 오후의 공동묘지 같은 거에요.

유럽에는 공동묘지가 마을에 하나씩 있더라고요.

그리고 가족들이 와서 일주일에 한 번씩 꽃도 갈아주고 가꾸는 것을 보고,

‘사람들이 죽은 이들을 이런 식으로 기리는구나’라는 문화적 충격을 받았었는데,

제가 요즘 책을 대하는 방식이 이와 같은 듯해요.
사실 책 한 권 한 권은 몇 백 년 전에 죽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온전히 바쳐서 쓴 것들이죠.

저는 그것을 마치 그것을 굉장히 아끼는 사람의 무덤처럼,

잘 가꾸고 꽃도 놔주고 촛불도 켜고 때로는 잔디도 다듬고......

그렇게 서재를, 공동묘지를 관리하는 관리자 마음으로

무덤 하나하나를 챙기면서 옛날 사람들의 삶을 뒤적여본다고 할까요?


 

 

 

저는 책들과 책들 사이의 관계에 굉장히 관심이 많아요.

책의 지도를 머릿속에 그린다고 할까요?

이 책은 이 책으로서의 의미라기 보다는, 그 전에 나온 책을 극복하고자 혹은 지지하고자,

그것이 진실이 아님을 밝히고자 나오기도 하는 등 책들 사이의 연관관계들이 있거든요.

때로는 한 작가가 쓴 책들이 연결되기도 하고, 한 주제의 책들이 또 다시 연결되기도 하고…

그런 책들의 관계들을 따라가면서 계속 책을 읽는 것, 그것이 제가 평소에 하는 독서법입니다.

굉장히 즐겁고 그렇게 책을 읽는 동안 내가 이 책을 읽으면

다음 책을 뭘 읽어야 되는지, 

읽어야 될 책 리스트들이 더 늘어나고

그리고 그 중에 어떤걸 읽어야 될지 고민하고 하는 시간이 굉장히 행복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