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산책길

가을의 소원. 떠나는 가을

한지톡톡권영애 2012. 11. 7. 09:48

가을의 소원

  - 안도현 -

 

 

 

적막의 포로가 되는 것

궁금한 게 없이 게을러지는 것

아무 이유 없이 걷는 것

햇볕이 슬어 놓은 나락 냄새 맡는 것

마른풀처럼 더 이상 뻗지 않는 것

가끔 소낙비 흠씬 맞는 것

혼자 우는 것

 

울다가 잠자리처럼 임종하는 것

초록을 그리워하지 않는 것 ...

 

 

    류철님 사진(아산에서)

 

떠나는 가을

-임선자-

하늘엔

잿빛 구름 낮게 드리우고

사람들은

찬바람에 웅크린 채

건널목에 서있다.

어느덧 가을은

성큼성큼 걸어가

인파 속으로 사라진다.

한바탕 불어오는 바람에

노란 은행 몇 알 후두둑

보도에 눈물 떨군다.

길 위에 누운 가랑잎들

아우성치며 흩어져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