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담는 보자기

꽃을 보면 인생이 보인다

한지톡톡권영애 2013. 10. 21. 16:23

백승훈 칼럼 <1> 꽃을 보면 인생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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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깃유홍초>
 
   
 
 
 

 

느 봄날, 과수원에 갔다가 냉이꽃을 보고 마음을 빼앗긴 뒤  꽃과 더불어 지낸 날이  십수 년을 훌쩍 넘어 이제는 세월이라 불러도 좋을만큼 많은 시간이 흘렀다. 지금 이 시간에도내가 만났던 꽃들보다 훨씬 더 많은 꽃들이 피고지기를 거듭하며 여전히 산과 들을 수놓고 있을 것이다. 
 
아름다운 꽃빛에 홀리듯 다가섰다가 향기에 취해 꽃의 매혹 속으로 빠져들던 그 순간을 어찌 잊겠는가. 처음 보는 꽃 앞에서 꽃도감을 펼쳐놓고 꽃 이름을 외우고, 또다시 새로운 꽃을 찾아 산과 들을 누비던 날들은 행복한 날들의 연속이었다. 꽃을 보며 마음을 달래고 꽃을 보며 새로운 희망을 떠올리곤 했다. 꽃은 나를 위로해준 벗이었고 내게 삶의 지혜를 일깨워 준 무언의 스승이었다.
 
산과 들에서 만난 어여쁜 꽃들을 카메라에 담고 집에 와 컴퓨터에 옮기어 놓고 글을 쓰던 날들은 연애편지를 쓰던 젊은 날처럼 나를 열일곱 소년처럼 마구 가슴 뛰게 했다. 그렇게 써 내려간 편지들은 "꽃에게 말을 걸다"란 제법 두터운 책이 되어 세상에 나왔다.  꽃에게 아무 것도 베푼 것 없이 꽃의 아름다움만을 훔쳐본 것 같아 늘 미안한 마음이었는데 꽃들에게 진 빚을 조금이나마 갚은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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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대나물> 
 
 
연이 위대한 도서관이라면 꽃은 자연이라는 책 속의 빛나는 문장과 같은 존재다.  일찍이 헤르만 헤세는 “하나의 꽃잎, 또는 한 마리의 벌레가 도서실의 모든 책들보다 훨씬 많은 것을 간직하고 있다”고 했다. 꽃을 보는 일이란 결국은 자신을 돌아보는 일이자,  거울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듯 꽃을 통해 스스로의 마음 안섶을 살피는 일이다. 꽃에게 말을 걸며 꽃을 통해 인생을 배우던 꽃은 나의 인생교과서였다.
 
꽃들과 함께 한 시간들을 가만히 되돌아보면 꽃은 핑계였을 뿐 어쩌면 그것은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눈 속에 피는 한 떨기 매화를 보고 꽃 한송이 피우기까지 매화나무가 견뎌냈을 인고의 시간을 헤아리고, 저무는 꽃들을 보며 열매의 시간을 예감하다 보면 어렴풋이 인생의 길이 보이기도 한다.
 
이제 꽃들을 보며 내가 느꼈던 꽃의 아름다움과 함께  꽃들이 내게 일깨워 준 삶의 지혜들을 함께 나누려 한다. 꽃들이 전하는 향기로운 이야기들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지 염려가 되긴 하지만 나의 글을 읽는 사람들이 글을 읽는 동안만이라도 아름다운 꽃밭에 앉아 있는 것처럼 하는 바람이다. 더불어 작은 소망 하나 덧붙인다면 모든 사람들이 이 칼럼을 통해 세상의 꽃들을 더 사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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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호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