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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쟁이에 관한 시

한지톡톡권영애 2018. 10. 30. 17:47

담쟁이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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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오르지 못할 벽은

세상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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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한 하늘같이

높아만 보이는 벽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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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 바싹 낮추어

부둥켜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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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포복으로 가기에는

안성맞춤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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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찔한 높이에도 겁내지 않고

조금씩 조금씩만 나아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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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는 그 벽의 끝에

가닿을 수 있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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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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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평생

하는 일이라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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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으로

낮게 낮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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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리어 가는

오체투지뿐인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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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보이지 않는

일보 일보의 전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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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라이 높은 담벼락도

거뜬히 뛰어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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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와 높이가

이윽고 하나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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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눈부신

한 생을 엮어간다.

[출처] <담쟁이 시 모음> 정연복의 ‘담쟁이의 노래’ 외|작성자 시인 정연복




담쟁이

        -  도종환 / 시인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 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