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의 미

김준용 작가

여백의 미 / 법정

서화에서는
흔히 "여백의 미"를 들고 있다.

이 여백의 미는
비록 서화에서만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끼리 어울리는
인간관계에도 해당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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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지 넘치도록 가득가득 채워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여백의 미가 성에 차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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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한 걸음 물러나 두루 헤아려 보라.

좀 모자라고 아쉬운 이런 여백이 있기 때문에
우리 삶에 숨통이 트일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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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를 만나더라도 종일 치대고 나면,
만남의 신선한 기분은

어디론지 새어나가고
서로에게 피곤과 시들함만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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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를 붙들고 있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우정의 밀도가 소멸된다는
사실도 기억해 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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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상대방을 붙들고 미주알 고주알
아까운 시간과 기운을 부질없이탕진하고 있다면,

그것은 이웃에게 피해를 입히게
자신의삶을 무가치하게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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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직한 인간관계에는
그립고 아쉬움이 받쳐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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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 채워진 그 여백으로 인해 보다 살뜰해질 수 있고,
그 관계는 항상 생동감이 감돌아
오랜 세월을 두고 지속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