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산책길

꽃이 지는 길

한지톡톡권영애 2019. 3. 21. 17:46

꽃이 지는 길

 

             조은

 

길을 가려면 꽃길로 가라

꽃길 중에서도

꽃이 지고 있는 길로 가라

움켜잡았던 욕망의 가지를 놓아버린 손처럼

홀가분한 꽃들이 바람의 길을 가는

그 길로 가라

 

꽃들은 그늘지고 어두운 곳까지 나풀나풀 다가가고

꽃이 진 자리는

어느 순간 당신 삶의 의미를 바꾸리라

그러면 오랜 굴레에서 풀린 듯

삶이 가볍고 경쾌하리라

 

그 길로 가다 보면

수밀도에 흠뻑 취할 날이 있으리

 

 

조은 시집 《생의 빛살》, <꽃이 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