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자두
사진 오상옥
시 유희봉
이른봄 차디찬 개울가에서
하늘하늘 흰 원피스를 입고
못내 허전한 가슴 한 구석
새소리 바람소리를 들으며
들여다보는 내면의 뜰
폭설에 꺾이고 상처 난 가지
긴 달걀모양 잔 톱니가 있는
잎보다 먼저 피어난 흰 꽃
깨어진 심장들을 위안하면서
두 세 개쯤 덤으로 주는
달콤한 과일가게 자두와는 달리
실하게 열린 열매의 무게
지닌 것이 너무 많으면
생존을 거들기 위해 비바람이
헛가지를 쳐주는 자연의 섭리
임의 눈물 속 미소를 아시나요
시기심과 우월감이 자랑스럽도록
말 많은 우리 세상과는 다르게
자신만의 향기를 지닌 산자두같이
허식을 줄여가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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