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작가권영애의 건강노트 KH

한지작가권영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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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가 있는 산책길 246

양광모시인 시 모음

누군가 물어볼지도 모릅니다. 생의 마지막 날에 누군가 물어볼 지도 모릅니다 몇 사람이나 뜨겁게 사랑하였느냐 몇 사람이나 눈물로 용서하였느냐 몇 사람이나 미소로 용기를 주었느냐 ​ 생의 마지막 날에 누군가에게 대답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습니다 사람을 가장 먼저 생각했습니다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려 노력했습니다 ​ 생의 마지막 날에 아무도 묻지 않을지 모릅니다 그렇더라도 오직 한 사람, 당신 자신에게는 대답해야만 할 것입니다 나는 한 번뿐인 삶을 정녕 온 힘을 다해 살았노라고. ​ 양광모 시집 중에서

팔손이나무 꽃

팔손이나무 꽃 팔손이나무 : 두릅나무과에 속하는 상록관목. 꽃은 10∼11월에 흰색 꽃이 커다란 원추꽃차례로 달려 핀다. 키는 2∼3m까지 자라고, 수피는 회백색이며 몇 개씩 같이 자라고 가지가 갈라진다. 잎은 어긋나며 긴 잎자루 끝에 달려서 가지 끝에 7~9갈래로 갈라진 잎이 가지 끝에 달린다. ​ 팔손이나무 꽃 꽃들이 문을 닫는 겨울 들머리 팔손이나무 홀로 꽃을 피웠다 사철 푸른 잎 펼쳐 하늘 우러르다가 뒤늦게 피어난 팔손이나무 꽃 찬바람에도 굴하지 않는 저 당당함이라니 어찌 눈 멀지 않고 사랑할 수 있으랴 추위도 아랑곳 하지 않고 온몸으로 밀어 올린 팔손이나무 꽃 겨울 하늘에 순백의 느낌표를 찍고 있다 ​ 글.사진 - 백승훈 시인

거름

차디찬 눈 속 그 빨간 산수유 싱싱한 얼굴을 키워낸 배후를 나는 알고 있다 겹겹이 환한 벚꽃의 눈부심이 어디로부터 온 것인가를 폭풍과 폭설의 한 켠에서 웅크린 고요 휘청거림이 멈춘 자리 네 속에서 뽑아낸 너의 피였다 지금 너는, 지상의 모든 애욕과 탐욕을 비우고 뿌리를 타고 올라 그 몸에 스민다 이제 일어나 달리자 나의 메를린이여 네 향기 진동하는 저 초록을 향해 들판마다 우리의 프로그램을 당당하게 배팅하자 - 곽문연, 시 '거름' 지난해 맺은 산수유가 눈 속에서 그대로 겨울을 나지요. 쪼그라든 열매를 둔 채 또 봄이 맺히곤 합니다. 그렇게 거름이 되어 새봄을 밀어내는 것 같습니다.

흰동백꽃

흰동백꽃 흰동백 : 차나무과의 상록활엽소교목으로 제주도나 남부 해안지역에 자라며 1~3월에 흰색 꽃이 핀다. ​ 흰동백꽃 이미자의 동백꽃은 그리움에 지쳐서 울다 지쳐서 빨갛게 빨갛게 멍이 들었다는데 눈 내리는 겨울날 창가에 홀로 핀 화분 속 저 흰동백은 그리운 임 여의고 하얀 소복을 입었을까 제 설움에 겨워 창틈으로 스미는 한 올 바람에 파르르 몸을 떤다 ​ 글.사진 - 백승훈 시인

매화

매화 매화 : 장미과에 속하는 낙엽소교목으로 꽃을 강조하면 매화나무, 열매를 강조하면 매실나무라 한다. 매화는 다른 나무보다 꽃이 일찍 피어 매실나무를 꽃의 우두머리를 의미하는 ‘화괴(花魁)’라고도 한다. 꽃이 피는 시기에 따라 부르는 이름도 다양한데 일찍 피어서 ‘조매(早梅)’, 추운 날씨에 핀다고 ‘동매(冬梅)’, 눈 속에 핀다고 ‘설중매 (雪中梅)’라 한다. 아울러 색에 따라 희면 ‘백매(白梅)’, 붉으면 ‘홍매(紅梅)’라 부른다 ​ 홍매를 보며 ​창밖엔 함박눈 내리는데 매화가 피었다고 스마트폰으로 찍어 보낸 홍매 한 송이 소복이 내려쌓인 흰 눈 위에 누군가 흘리고 간 선혈처럼 붉은 홍매를 번갈아 바라보다가 생각한다 너를 향한 나의 첫마음이 눈빛이었던가 꽃빛이었던가 ​ 글.사진 - 백승훈 시인 매화..

시집 깊게 읽기-김윤현 편

들꽃을 함께 엿듣다 1984년 도종환, 배창환, 정대호, 김용락, 정만진, 김창규, 김종인 등과 ‘분단시대’를 함께한 시인, 민족문학작가회의 대구지회장이라는 직함 등을 떠올리며 귀납법적으로 김윤현 시인의 최근 시집 「들꽃을 엿듣다」를 규정짓자면 민중적 서정시라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들꽃을 통한 언어 미학과 인간 존재에 대한 탐색이라고 간단히 그의 시를 자리매김하기에는 도무지 허전하고 아쉬워 귓불이 가렵다. 누리에서 피어오른 저 많은 들꽃의 언어를 김윤현 시인만큼 제대로 무릎을 구부리고 포복하며 들었던 시인이 더 있을까 싶기도 한데 연작시 한편 한편이 오롯이 눈과 가슴에서 피고 또 져서 채 모두를 읽기 전에 들꽃의 향연으로 상반신은 온통 질펀해진다. 이토록 꽃의 언어로 꽃의 진정성을 보여주..

노루귀

노루귀 노루귀 -김윤현- 노루귀 -김윤현- 너를 오래 보고 있으면 숨소리는 작은 꽃잎이 될 듯도 싶다 너를 오래오래 보고 있으면 귀는 열려 계곡 너머 돌돌 흐르는 물소리 다 들을 수 있을 듯도 싶다 아, 가지고 싶었던 것 다 가진 듯 내 마음 속에 등불 하나 환히 피어나 밤길을 걸을 듯도 하다 마음으로 잡고 싶었던 것들 이제는 다 놓아줄 것도 같다 너를 보고 있으면 너를 오래 보고 있으면 숨소리는 작은 꽃잎이 될 듯도 싶다 너를 오래오래 보고 있으면 귀는 열려 계곡 너머 돌돌 흐르는 물소리 다 들을 수 있을 듯도 싶다 아, 가지고 싶었던 것 다 가진 듯 내 마음 속에 등불 하나 환히 피어나 밤길을 걸을 듯도 하다 마음으로 잡고 싶었던 것들 이제는 다 놓아줄 것도 같다 너를 보고 있으면 -김윤현- 너를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