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지공예의 특성
가. 한지의 특성
한지는 우리 민족처럼 강인하고 부드럽고 깨끗하며, 은은할 뿐만 아니라 정감도 있다. 또한 투박하지만 질감과 빛깔이 곱고 향긋한 한지 특유의 냄새가 난다.
한지는 윤기가 나고 매끈매끈한 광택성을 지닌다. 중국에서는 신라의 계림지(鷄林紙), 고려의 고려지 등을 백추지(白硾紙)라고 찬사하였다고 한다. 또한 계림지나 고려지는 면의 질이 마치 견, 명주실과 같다 하여 경면지(鏡面紙) 또는 견지(繭紙)라 하였다.
한지는 두껍고 질긴 견인성과 독창성을 가진 섬유로 갈지 않고 두드려서 종이로 만드는 고해(叩解) 작업을 통해 긴 섬유를 그대로 이용하여 만드는 데에서 오는 특징으로 볼 때 이는 중국이나 일본에서 만들어지는 종이와는 다른 두드러진 독창성이라 할 수 있다.
한지는 수화제지로 흡수성이 많고 유연성이 있다. 이 성질은 한지와 한지를 서로 붙이는 부분에서 또는 한지와 다른 물건을 붙이는 부분에서 용이하고 완벽하게 마무리를 할 수 있고 물건을 형태대로 보존하며 이를 뚜렷이 표현할 수 있어서 공예 작품 만들기에서 한지만의 특성을 살릴 수 있다.
한지는 역사적으로 조형성을 인정받았다. 기록에 의하면 고려와 조선 초기의 한지는 중국과 일본에서 극찬을 받아왔다. 견지, 아첨지, 백추지, 별백지, 은면지 등은 얇고 결이 고우며, 색깔은 화려하지 않지만 윤기가 도는 미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종이라 하였다. 또한 금(金)나라의 장종(章宗)은 우리 종이를 책의 표지로 사용하였다고 한다.
한지는 실용성이 있다. 지역에 따라 갖가지 원료가 사용되었고 여러 기술의 발전으로 서사 재료는 물론 창호, 모자, 병풍, 우산, 장판, 장례용, 서화용, 혼서용, 귀화용, 지폐, 강의 등 모든 생활용품에 응용되었다.
한지는 소량만 생산되기에 희소성의 가치를 인정받는다. 따라서 보존성이나 예술성이 요구되는 작품에 맞고, 특수한 용도와 자연 친화성을 갖춘 재료로 사용될 수 있는 한지를 개발하여 사용하였다.
이러한 한지의 장점으로는 질겨서 잘 찢어지지 않고 향긋한 냄새가 나며, 지질이 매우 부드럽다는 점이다. 또한 한지는 곱고 은은한 빛깔을 띠며, 통풍이 잘 된다. 그리고 다양한 무늬를 넣어서 제작할 수 있으며, 물을 들이기가 쉽고, 기름을 잘 먹기 때문에 유지(油紙)제조가 쉽다. 한지는 물감을 잘 흡수하기 때문에 글을 쓰거나 그림 그리기에 좋을 뿐만 아니라 가볍기 때문에 운반하기가 쉽고, 옷에 넣어서 방한용으로도 쓴다. 그러나 한지의 단점으로는 물기에 약하고, 한지가 오래되면 먼지가 많이 끼고 지면(紙面)이 많이 피게 되며, 방문에
발랐을 경우 통풍이 잘 되어 열전도율이 높으므로 겨울 방한에는 좋지 않다.
나. 한지공예의 특성
한지공예 작품들을 살펴보면 궁중이나 사대부 집안에서부터 일반 서민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이 사용하였음을 알 수 있다. 솜씨 있는 장인들이 만든 물건들은 규격이나 색상의 배열, 무늬를 오린 솜씨 등이 섬세하고 뛰어난 반면에 서민들이 소일거리로 만든 물건들은 소박한 민예품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것들은 실용적인 생활필수품으로서의 기능성과 더불어 장식적인 효과를 갖추고 있으며, 색채의 아름다움과 조형미 그리고 선을 잘 조화시켜 공예의 본질적인 면에 충실한 것이 특징이다.
또한 장식된 문양에서도 보여 지듯이 종교적 상징성, 기복신앙 등 예술의 특징을 잘 나타내고 있다. 이는 한지라는 재료의 특성으로 인해 부드럽고 포근한 느낌을 주며 오랫동안 지니고 사용해도 정감을 더해가는 것이 한지공예품의 한 특징이라 하겠다.
한지공예품들이 생활용품으로 많이 쓰였던 이유는 한지의 재질이 가볍고 부드러운 질감을 가지고 있으며, 보온성, 강건성, 투명성, 유연성 등의 특수 성질을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친근한 자연의 빛깔, 다양한 색상의 조화 때문이라 하겠으며, 또한 쉽게 다룰 수 있다는 특징을 지녔기 때문에 실제 생활에 많이 쓰였다.
자신이 원하는 모양이나 크기는 물론 색상이나 문양을 자유롭게 선택하여 자신의 취향에 맞는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다.
다. 전통재료로서의 한지
처음 종이를 발견한 이가 중국 후한의 궁중 이용품의 제작을 맡은 상방(尙方) 장관이었던 채륜(蔡倫)이였다는 것은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것을 입증할 수 있는 것은 「추한서」에 화제(和帝)의 원흥(元興) 원년(元年)에 채륜이 「수부(樹腐)․마두(麻頭) 및 창포어망을 사용하여 종이를 만들다」 즉, 종이의 원료로 나무껍질, 삼의 섬유 및 옛 천이나 어망을 사용하였다고 하였기 때문에 세상 사람들은 채후지(蔡侯紙)라 불러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한지(韓紙)는 중국의 화지(華紙), 일본의 화지(和紙)와 대비하여 우리나라 수초지(手草紙)를 일컫는 말로서 서기 105년 후한의 채륜이 종이를 만드는 방법을 개량한 뒤 널리 전파되었으며, 우리나라에도 서기 7세기 이전에 제조법이 널리 보급되었으며 서기 8세기 경에는 중국의 화지(華紙)와는 다른 닥지를 만들어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종이의 제지기법이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불교가 전래된 고구려 소수림 왕(371~383) 때의 일로 생각되어 왔으나 「삼국사기」에 따르면 낙랑시대의 옻칠한 고분의 관(棺) 속에서 닥종이 뭉치가 발견되어 우리나라의 종이 역사는 소수림 왕 때보다 훨씬 전으로 올라간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중국 후한 때보다 앞서서 이미 신라 때에 종이가 발명되었음을 추정할 수 있으며, 이를 토대로 하여 볼 때 닥나무를 원료로 하는 우리 한지공예의 역사도 이와 비슷한 역사를 지녔을 것으로 추정하여 볼 수 있다. 이처럼 한지의 역사는 오래되어 서기 7세기 이전부터 한지를 제조하여 사용해 왔음을 알 수 있으며 이러한 전통을 지닌 한지는 생활과 밀착된 생활용품으로서 우리 조상들의 조형정신과 함께 이어져 왔다.
우리나라의 경우 고려시대부터 종이를 많이 만들기 시작하여 점차 활기를 띠게 되었으며, 이씨 조선에 이르러서는 지소(紙所)라는 관영 제지공장이 세워져서 중국의 공물로서 종이를 만들게 하였다고 한다.
종이의 이름으로는 고정지, 유목지, 의이지, 유엽지 등 여러 종류로 나타낼 수 있으며, 이는 내수용, 공물, 무역용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이처럼 한지의 명칭은 종류가 다양하며, 이렇게 다양한 종이를 만드는 기술은 지금은 원주, 전주 등지에서 전통 한지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2. 한지공예의 종류와 기법
조선시대에는 종이가 실생활에서 여러 가지 공예품으로 활용되었고 종이 자체만으로도 문방용품이나 고건축의장으로도 이용되었다. 창호지, 벽지, 장판지, 휘장, 부채, 우산 등의 생활용품이나 놀이용품으로도 사용되었으며, 실용성에 비중을 둔 한지공예품은 다른 재료로 만든 기물에 비해 제조가 쉽고 비용도 적어 여러 종류가 다양하게 만들어졌다.
또한 한지공예품은 종이를 이용하여 만들어서 서민 생활의 문화적 유산에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였으며, 조상들의 일상생활에 깊숙이 자리 잡은 생활필수품이자 화려하면서도 소박하여 안방 여인들의 사랑을 받는 애용품이기도 하였다.
그리고 서민들의 생활을 풍요롭게 하는 민예품으로도 만들어졌다. 한지를 이용하여 만든 것에는 각종 생활용품을 비롯하여 국가적으로는 군사용품에 이르기까지 그 사용범위가 다양하였으며 이를 다루는 방법도 다양하여 장식성과 실용성을 충족시키고 오랜 세월동안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생활필수품으로 발전하여 왔다.
한지공예의 분류는 제작기법과 용도에 따른 분류로서 크게 지승공예(紙繩工藝)및 지호공예(紙糊工藝), 박지공예(薄紙工藝) 등으로 나눌 수 있다.
가. 지승(紙繩) 및 지호공예(紙糊工藝)
‘지승’이라는 단어는 종이라는 뜻의 ‘紙’에 꼰다는 뜻의‘繩’으로 지노 ․ 종이노끈과 같은 말로도 사용된다.
지승공예기법은 종이를 좁다랗고 길게 잘라서 엄지와 검지로 비벼 꼬아 노끈을 만들고 이를 엮어 여러 가지 기물을 만드는 것이다.
종이가 흔치 않았던 예전에는 글씨 연습을 하고 버리게 된 종이를 모아두었다가 창호를 바르는 데 사용하거나 버리게 된 휴지를 모아 지승기법으로 생활용품을 만드는 데 이용하기도 하였다.
지승공예는 장인 이외에 책을 가까이 하였던 선비나 상류사회의 양반들 혹은 중상급 이상의 노인들이 소일삼아 한 것으로 짐작되어진다. 그리고 여기서 사용하는 종이는 질감이 없고 부드럽지만 연약하지 않으며 단순ㆍ소박하지만 종이의 장점인 유연성을 이용하고, 또한 그 용도와 기능면에 있어서도 다양하고 독특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또한 질긴 닥지를 꼬아서 만들거나 종이에 기름을 먹이거나 옻칠을 하여 방수성과 내구력을 높인 다음, 지갑, 방석, 광주리, 제기, 호리병, 망태기, 허리띠, 반짇고리, 바구니, 그릇 등의 생활 전반에 사용할 수 있는 생활용품들을 만들었다. 이들 제품들의 특징은 화려하지 않고 소박하고 검소하며 운치가 있어서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사랑을 받아왔다.
지호공예는 성형과정에서 보면 한지를 물에 풀어 녹인 다음 밀풀을 섞어 절구에 곱게 찧고 점토처럼 만든 다음 이를 일정한 틀 안에 부어 형태를 만들거나, 집안에서 쓰는 그릇 위에 이를 덧붙여서 형태를 만든 뒤 그 위에 물을 들이거나 색지를 붙여 완성시킨 공예품을 말한다. 종이는 창호지로 쓰다버린 폐지, 글씨 연습에 사용했거나 학습한 종이휴지, 파지 등을 가지고 활용하여 만들었으며, 벌레의 피해를 막고 오래 사용할 수 있도록 그 위에 콩기름이나 들기름을 먹였다. 그릇이 부족했던 농가에서 합, 합지, 표주박 등으로 만들어 주로 사용하였으며, 종이탈도 흔히 지호기법으로 많이 만들었다.
나. 박지공예(薄紙工藝)
1)지화공예(紙花工藝)
한지를 여러 겹 붙여서 이를 일정하게 잘라 꽃을 만드는 기법으로 어사화, 꽃상여, 민속놀이, 궁내의 행사 때나 불교문화, 무속 등에 많이 쓰였으며 지금도 큰 굿을 할 때나 불교에서의 행사 등에서 자주 사용되고 있다.
2)지화공예(紙畵工藝)
지화공예는 일정한 골격을 만들어 그 곳에 그림을 그려 넣는 것으로 당초문, 민화 등을 그려 넣은 패물함, 민화상자, 장롱, 반닫이 등이 있다.
조선 정조 때 이덕무의 시문 전집인 「청장관전서(靑莊館全書)」에 보면 중국에서는 공화(筇畵)라는 것이 있는데 ‘손으로 물건을 포지(抱持)하는 것’이라 하였다. 왕사정이라는 사람이 지었다는 「향조필기(香祖筆記)」에는 “왕추산(王秋山)이란 사람이 공화를 잘 그렸는데 무릇 인물, 누대, 산수, 화물 등을 그릴 때 종이 위에 손톱과 가는 바늘로 공출(筇出)하여 색을 넣으며 채색하는 농담(濃淡)의 심도는 한결같이 옛 명화를 본받은 것이라고 옥초(玉樵) 유수(鍮琇)가 말하였다”는 구절이 있다. 또한 중국 복건성(福建省) 지방에 직화(織畵)라 하는 것이 있는데 파지를 꼬아서 만든 것이라 하며, 역시 왕사정이라는 사람이 썼다는 「분감여화(分柑餘話)」에서는 ‘민중에 종이를 오려 만든 산수, 화초, 영묘(翎毛)가 그린 듯이 모두 정교하고 채색도 아름답다’ 하였다. 우리나라에도 조선시대 작품인 「지직화조도(紙織花鳥圖)」(필자미상) 가 국립중앙박물관에 유일하게 남아있다.
이러한 종이를 이용한 장식 그림은 대개 중국 명대부터 있었던 것 같다.
「청작관전서」에는 「유정일찰」(명대에 전예형이 쓴 책으로 총39권)을 보니 ‘가정(嘉正) 연간에 엄숭(嚴嵩)의 가재를 몰수하였는데 그 가운데 각사(刻絲, 비단 위에 융단을 깔고 수놓은 것), 납사(衲紗, 승려의 비단 의복)와 종이를 오려붙여 그린 그림이 있었다.’고 한 것으로 미루어 볼 때 무척 오래 전에 유래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또 ‘근년에 담헌(湛軒) 홍대용(洪大容)의 집에서 종이를 오려 만든 산수화 병풍을 보았는데 가늘게 짠 것이 등(藤)자리 같아 매우 좋았다’라고 하였다. (임영주, 상기호. 1997. pp.38~39)16)
3) 지회공예(紙繪工藝)
일정한 기물의 골격을 만든 후에 흰 한지를 두세 겹 붙이고 그 위에 오색전지를 단색 혹은 이색, 사색으로 붙인다. 바탕 면에 지장공예처럼 문양을 오려서 시문하지 않고, 물감(딤채, 담채, 먹물)을 사용하여 문양을 그려서 마감한 작품을 말한다. 주로 당초문과 인화문을 그려 넣었다.
4) 지장공예(紙粧工藝)
지장공예는 다른 공예품들과는 달리 화려한 색채와 형태를 잘 조화시킨 장식적인 효과를 지닌 안방 치장의 구색품이라 할 수 있으며 그 시대 사람들의 생활 속에 신앙적인 의미까지 내포된 여성 취향의 대중예술의 감각이 잘 나타나있다.
지장공예는 종이로 상자나 접지를 만든 후 그 위에 화려한 오색지로 옷을 입히고 색종이를 오려서 문양을 장식하거나, 두꺼운 종이로 문양을 양각 및 음각으로 오려서 장식하는 것이다. 여기서 사용된 색지는 한지를 전통천연염료로 염색한 것이며, 주로 백(白), 황(黃), 흑(黑), 적(赤), 청(靑) 등 오색이 기본이다. 그리고 고유한 색을 가진 무늬는 장식미를 더해준다. 즉, 색의 사용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았던 전통적인 한국의 공예품이 색채가 서로 조화를 이루면서 친근감을 주는 다정한 공예품으로 탄생한 것이다. 한지를 바를 때는 밀풀이나 쌀풀을 사용하였고, 쌀풀의 경우는 맵쌀과 찹쌀을 섞어 만들었다. 그리고 벌레 등의 피해를 막고 습기를 막아 견고하게 하여 오랜 기간 동안 사용하기 위해서 들기름, 동백기름, 잣기름 등의 식물성 기름을 먹이거나 옻칠을 하였다. 주로 반짇고리, 장, 함, 예물상자, 보석함, 지통, 고비, 빗첩, 실첩, 필통, 지삿갓, 지장구 등을 만들었다.
참고 문헌
(1) 단행본
임영주, 상기호,「빛깔 있는 책들 187. 종이공예문화」, 대원사, 1997.
(2) 논문집
김경숙,「한지공예 작품제작의 조형효과에 따른 연구-紙染을 중심으로」, 한양대 석사학위 논문, 1990.
김효정,「중등교육의 한지공예 지도방법 연구」, 대구카톨릭대 교육학석사학위 논문, 2004.
이순길,「초등학교 한지공예 기법을 이용한 전통미술 지도」, 부산교육대학교 교육학석사학위 논문,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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