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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가 있는 산책길

안개 속에 숨다

한지톡톡권영애 2008. 5. 16. 21:24
 안개 속에 숨다

나무 뒤에 숨는 것과 안개 속에 숨는 것은 다르다
나무 뒤에선 인기척과 함께 곧 들키고 말지만
안개 속에서는
가까이 있으나 그 가까움은 안개에 가려지고
멀리 있어도 그 거리는 안개에 채워진다.


산다는 것은 그러한 것
때로 우리는 서로 가까이 있음을 견디지 못하고
때로는 멀어져감을 두려워한다.
안개 속에 숨는 것은 다르다
나무 뒤에선 누구나 고독하고, 그 고독을 들킬까

 굳이 염려하지만,
안개 속에서는 삶에서 혼자인 것도 여럿인 것도 없다
그러나 안개는 언제까지나 우리 곁에 머무를 수 없는 것
시간이 가면 안개는 걷히고 우리는 나무들처럼
적당한 간격으로 서서 서로를 바라본다
산다는 것은 결국 그러한 것.                

                                                     - 류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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