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나무 사랑
-김영남-
나는 등나무 꽃이 되리라
그대 머리위에 모빌처럼 매달려서
향기를 넓게 뿌려주리라. 그 향기로
그대 앞길을 밝히는 등이 되리라.
만일 향기가 다 떨어지면 나는
그대 하늘을 꾸미는 지붕이 되리라
지붕이 되어 서늘한 그늘을 선사하리라
벤치를 갖다 놓고 친구들도 초대하리라
아! 나는 등나무의 마음이 되리라
어두운 세상에서도 그대 하나만 붙잡고
두겹 세겹, 아니 수없이 모듬고 도는
저 등나무의 끝없는 사랑이 되리라.
<그대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휴먼앤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