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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가 있는 산책길

담쟁이

한지톡톡권영애 2009. 8. 2. 18:41

 

              담쟁이

                           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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