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꽃
- 류시화 -
수레를 타고 가는 신부
옷자락을 잡아 당겼지
풀어지는 사랑
온 곳으로 돌아가는 길
누군가를 만난다면 그에게로 가서
신부가 되리
제비꽃 편지
-안도현 -
제비꽃이 하도 예쁘게 피었기에
화분에 담아 한번 키워보려고 했지요
뿌리가 아프지 않게 조심조심 삽으로 떠다가
물도 듬뿍 주고 창틀에 놓았지요
그 가는 허리로 버티기 힘들었을까요
세상이 무거워서요
한 시간이 못되어 시드는 것이었지요
나는 금세 실망하고 말았지만
가만 생각해보니 그럴 것도 없었어요
시들 때는 시들 줄 알아야 꽃인 것이지요
그래서
좋다
시들어라, 하고 그대로 두었지요
키 작은 제비꽃들이 피었습니다.
'허리를 낮출줄 아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제비꽃"
제비꽃은 낮고 작아서 무릎을 꺽고 앉아서 마음으로 가만히 들여다 보아야만 한답니다. 그래야 제비꽃을 제대로 볼 수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