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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가 있는 산책길

겨울나무

한지톡톡권영애 2012. 2. 1. 21:59

♧ 겨울나무

      - 도종환-

 

 

잎새 다 떨구고 앙상해진 저 나무를 보고

누가 헛살았다 말하는가 열매 다 빼앗기고

냉랭한 바람 앞에 서 있는

나무를 보고 누가 잘못 살았다 하는가

저 헐벗은 나무들이 산을 지키고

숲을 이루어내지 않았는가

하찮은 언덕도 산맥의 큰 줄기도

그들이 젊은 날 다 바쳐 지켜오지 않았는가

빈 가지에 새 없는 둥지 하나 매달고 있어도

끝났다 끝났다고 함부로 말하지 말라

실패했다고 함부로 말하지 말라

이웃 산들이 하나씩 허물어지는 걸 보면서도

지킬 자리가 더 많다고 믿으며

물러서지 않고 버텨온 청춘

아프고 눈물겹게 지켜낸 한 시대를 빼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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