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작가권영애의 건강노트 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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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풍경

황병기의 서재는 즐거움의 공간이다.

한지톡톡권영애 2012. 6. 17. 13:25

 

 

책이 있는 곳이 아니어도 나에겐 서재

서재는 즐겁게 공부하고, 생각하는 그런 공간입니다. 저는 공자의 말을 좋아하는데, 공자의 <논어>를 보면 ‘배우고, 그 배운 바를 때때로 익히면 즐겁지 아니한가’ 라고 시작을 하죠. 그리고 ‘멀리서 친구가 찾아와서 얘기하면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그 다음 ‘남이 나를 몰라줘도 내가 노여워하지 아니하면 이 또한 군자답지 아니한가’ 그 세 개의 문장으로 시작을 하는데요. 제가 칠십 평생을 살아보면 인생의 행복, 즐거움이라는 것이 배우고 친구 만나는 것, 그거 이상은 없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진짜 책 읽는 공간인 서재가 있고, 그 옆에는 친구하고 만나서 얘기하는 공간이 붙어있어요. 그리고 내가 가야금을 전공하는 사람이니까 그 옆에는 가야금 연습만 하는 공간도 붙어 있고…… 그것을 전부 합해서 서재라고 할 수 있지요. 넓게 해석하면 여기 국립극장도 그런 의미에서 서재의 하나라고 볼 수 있겠어요.

새로운 책이 나오길 손꼽아 기다렸던 어린 시절

제가 어렸을 때라는 것이 대체적으로 초등학교 때인데, 그것이 1940년대예요. 참 오래된 얘기인데. 그때는 책이 정말 없었어요. 책방에 가면 전부 내가 읽은 책이에요. 그러면 언제 새로운 책이 나오나 기다리게 됐었는데...... 저 뿐만이 아니라 그 당시 친구들이 가장 흥미 있게 읽던 책은 홍명희의 <임꺽정>이예요. 전체가 10권 정도인 것으로 아는데, 제가 초등학교 때 읽은 것은 6권까지 입니다. 그리고서 6.25 전쟁이 나버렸죠. 그리고서 언제 또 다음 권이 나오나, 늘 책방에 가서 기다리던 그런 생각이 나요.

다양한 문학에서 영감을 받아서 작곡

문학에서 영감을 얻은 곡은 많이 있지요. 제 첫 번째 곡이 서정주씨가 쓴 “국화 옆에서”거든요. 가곡으로 썼고. 또 그 후에 서정주씨가 쓴 “추천사”라고 하는 시가 있어요. 그것도 제가 가곡으로 썼고. 황동규씨의 “즐거운 편지” 그것도 제가 가곡으로 썼고. 그 후에 또 저희 집사람의 친구이면서 시인인 박경선이라고 하는 분이 있는데, 그 분이 쓴 ‘차에 관한 노래’ 두 가지를 합쳐가지고 “차향이제”라는 곡도 썼고. 또.. 정철의 “성산별곡”이라는 가사에서 영감을 받아서 거문고하고 대금하고 이중주로 하는 “산운”, 산의 운치라는 소리겠죠, “산운”이라는 곡도 쓰고……

세대와 음악적 장르가 다른 첼리스트 장한나와의 인연

둘이 똑같이 악기는 다르지만 음악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공통된다고 볼 수가 있고. 또 저하고 장한나하고 공통되는 것 중에 하나는 둘 다 음악대학을 가지 않았다는 것이죠. 장한나는 하버드 대학교 철학과를 지망했었거든요. 장한나를 처음에 만나보니까, 지금부터 한 10년 전쯤 되는데…… 서양음악을 하는 사람인데 제 음악을 아주 좋아하고 제 음악을 CD로 전부 들었더라고요. 장한나가 한국에 와서 연주할 때는 꼭 제가 가서 구경을 하고, 또 제가 미국에서 특히 뉴욕에서 공연을 할 때는 장한나가 꼭 구경을 오고. 뭔가 신뢰감이 가고, 또 제 나름대로는 그 사람의 장래가 상당히 기대가 되고…… 그래서 서로 세대차이가 있지만 우정을 유지하고 있지요.

현대와 미래에 닿는 것이어야 전통

제가 1962년부터 작곡을 시작했거든요. 제 음악은 국악이면서 동시에 현대음악이에요. 즉 현대인이, 현대인에게 어필할 수 있는 그런 음악이라고 생각을 해요. 제 음반에 대해서 미국에서 평 나온 것도 보면, 미국에서 나온 평인데도 “하이스피드 시대에 현대인의 정신을 해독시켜주는 주는 것 같다”는 평을 받고 있죠. 그래서 저는 옛날 것이 아무리 좋아도 우리 시대에서도 그것이 다시 창조되지 않으면, 전통이라기보다는 골동품이라고 생각을 해요. 전통이라는 것은 계속 ‘통’을 전해 내려가는 거죠. 그래서 반드시 현대, 혹은 미래에 닿는 것이라야 전통이라고 볼 수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