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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가 있는 산책길

이해인님 시 모음

한지톡톡권영애 2015. 3. 14. 12:33

 

 

 

작은 위로 / 이해인

 

잔디밭에 쓰러진

분홍색 상사화를 보며

혼자서 울었어요

쓰러진 꽃들을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몰라

하늘을 봅니다

비에 젖은 꽃들도

위로해주시구요

아름다운 죄 많아

가엾은 사람들도

더 많이 사랑해주세요

보고 싶은 하는님

오늘은 하루 종일

꼼짝을 못하겠으니

어서 저를

일으켜주십시오.

 

 

꽃마음 별마음 / 이해인

 

오래오래 꽃을 바라보면
꽃마음이 됩니다
소리없이 피어나
먼데까지 향기를 날리는
한 송이의 꽃처럼
나도 만나는 이들에게
기쁨의 향기 전하는
꽃마음 고운 마음으로
매일을 살고 싶습니다

 

오래오래 별을 올려다보면
별마음이 됩니다
하늘 높이 떠서도 뽐내지 않고
소리없이 빛을 뿜어 내는
한 점 별처럼
나도 누구에게나 빛을 건네 주는
별마음 밝은 마음으로
매일을 살고 싶습니다

 

비가 전하는말 

 

밤새
길을 찾는 꿈을 꾸다가
빗소리에 잠을 깨었네

물길 사이로 트이는 아침
어디서 한 마리 새가 날아와
나를 부르네
만남보다 이별을 먼저 배워
나보다 더 자유로운 새는
작은 욕심도 줄이라고
정든 땅을 떠나
힘차게 날아오르라고
나를 향해 곱게 눈을 흘기네

아침을 가르는
하얀 빗줄기도
내 가슴에 빗금을 그으며
전하는 말

진정 아름다운 삶이란
떨어져 내리는 아픔을
끝까지 견뎌내는 아픔이라고--

오늘은 나도 이야기하려네
함께 사는 삶이란 힘들어도
서로의 다름을 견디면서
서로를 적셔주는 기쁨이라고--

 

 

 

황홀한 고백 / 이해인


사랑한다는 말은
가시덤불 속에 핀 하얀 찔레꽃의 한숨 같은 것.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는 말은
한 자락 바람에도 문득 흔들리는 나뭇가지.

당신이 나를 사랑한다는 말은
무수한 별들을 한꺼번에 쏟아 내는 거대한 밤하늘이다.

어둠 속에서도 훤히 얼굴이 빛나고
절망 속에서도 키가 크는 한 마디의 말.

얼마나 놀랍고도 황홀한 고백인가.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는 말은.

 

 

 

한 방울의 그리움


마르지 않는
한 방울의
잉크빛 그리움이
오래 전부터
내 안에 출렁입니다

지우려 해도
다시 번져오는
이 그리움의 이름이
바로 당신임을
너무 일찍 알아 기쁜 것 같기도
너무 늦게 알아 슬픈 것 같기도

나는 분명 당신을 사랑하지만
당신을 잘 모르듯이
내 마음도 잘 모름을
용서받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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