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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풍경

힘의 이동

한지톡톡권영애 2008. 6. 8. 14:11

 

 

 

<<전문가의 서평>>

 

전영재 수석연구원(삼성경제연구소)

세계 정치 경제의 새로운 트렌드에 대해 글로벌 리더들은 어떠한 생각을 갖고 있을까? 그들의 날카로운 통찰과 혜안을 일목요연하게 전달받을 수는 없을까? 답은 있다. 다보스 포럼에 참석하면 된다. 다보스 포럼은 세계의 정치, 경제, 언론의 지도급 인사들이 스위스의 휴양명소인 다보스에 모여 지구촌 현안을 논의하는 국제적인 회의이다. 해마다 2천명이 넘는 글로벌 리더들이 이 포럼에 참석해 각종 지구촌 현안과 이슈를 토론하는데, 이 다보스 포럼에서 논의되는 주제는 곧 글로벌 이슈가 되며, 여기서 쏟아져 나오는 아이디어와 해법들은 지구촌의 화두로 자리 잡는다. 각국의 정치인, 기업인이 막대한 참가비를 내 놓으면서까지 다보스 포럼 회의장에 모습을 드러내려 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하지만 비록 그 현장에 없더라도 다보스 포럼의 생생한 목소리를 접할 수 있는 기회는 있다. 매일경제신문사가 2007 다보스 포럼을 발 빠르게 정리해서 펴낸 「다보스 리포트 - 힘의 이동」을 읽으면 된다.

이 책 「다보스 리포트 - 힘의 이동」은 2007년 다보스 포럼의 현장 보고서이다. 한마디로 2007년 포럼의 주제는 힘의 이동이었다. 글로벌 파워를 좌우하는 석학과 리더들이 세계 정치, 경제, 사회 곳곳에서 전개되고 있는 파워의 균열과 이동을 감지하고 내린 결론이었다. 글로벌 리더들은 변화하는 이러한 힘의 방정식을 이해하는 사람, 기업, 그리고 국가가 미래 승자가 될 수 있다고 고언을 던진다. 따라서 이 책은 힘의 방정식을 이해하고, 힘의 논리를 바탕으로 힘의 지배자가 되는 방법에 대해 각 분야의 정상들이 제시한 아이디어를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그렇다면 다보스 포럼이 말하는 "힘의 이동"란 과연 무엇일까? 이 책은 크게 네 가지 영역에서 전개되는 힘의 이동에 주목하고 있다. 첫째, 경제 분야에서는 중국, 인도 등 신흥국이 부상하며 선진국 위주의 부의 창출 구도에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둘째, 지정학 분야에서는 미국 중심의 단극 헤게모니에서 유럽,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등으로 퍼지는 다극 헤게모니로의 이동이 진행되고 있다. 셋째, 기술과 사회 현장에서는 개인 커뮤니티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넷째, 기업 분야에서는 소비자의 파워가 증대되고 있고 신흥시장의 신소비자들이 비즈니스의 모든 면을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는 것이다.


■ 세계경제의 중심 이동 : 글로벌 디커플링의 가속

경제 영역에서의 권력 이동은 곧 공간적 측면에서의 힘의 이동을 의미한다. 다보스 포럼에 참석한 글로벌 리더들은 한 목소리로 지구촌 경제를 움직이는 힘의 축이 공간적으로 미국과 유럽에서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기존의 힘의 방정식은 즉 큰 <미국과 유럽>이 세계 경제를 이끄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새로운 변수가 추가되었다. 20세기까지 미국과 유럽이 힘의 방정식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면 21세기에는 중국과 인도를 축으로 하는 아시아가 중요한 변수로 등장, 아시아가 세계 경제의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러한 힘의 방정식 변화는 세계화의 연장선상이라고 파악할 수 있다. 시장경제의 프론티어가 확산되면서 경제적 파워를 갖춘 중심들이 공간적으로 재배치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 경제의 영역이 지구상의 거의 모든 국가를 포괄하게 된 것은 인류 역사상 처음이라 할 수 있는데, 이러한 전대미문의 시장의 영역확장에 대응하여 새로운 경제 중심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세계 경제의 중심이 되는, 또는 앞으로 중심이 될 국가들을 지칭하는 신조어들이 유행처럼 생겨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브라질, 러시아, 중국, 인도를 묶어 신흥 경제 파워를 지칭하는 개념이었던 BRICs라는 용어는 이미 진부한 말이 되 버렸는가하면 기존 BRICs에 아랍경제권을 포함한 BRICA란 용어도 나오고 있고, BRICs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 유명세를 탔던 모건 스탠리는 세계 경제를 이끌 새로운 국가군에 방글라데시, 이집트, 인도네시아, 이란, 멕시코, 나이지리아, 파키스탄, 필리핀, 터키, 베트남, 한국을 포함시켜 NEXT-11을 지칭한 바 있다. 결국 경제적 힘의 이동에 따라 미국에 의존했던 세계 경제는 다양한 중심지로 분산되고 새롭게 결집되는 과정을 겪게 될 것이다. 이른바 글로벌 디커플링, 즉 탈 미국경제의존이 심화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향후 세계 경제의 권력 판도는 어떻게 바뀌게 될까? 일반적으로 경제 중심지가 파워를 갖기 위해서는 세 가지의 핵심적인 요소가 필요하다. 광범위하고 질 높은 소비중심지, 저렴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한 생산기지, 그리고 안정적으로 에너지 자원을 공급할 수 있는 자원기지가 그 것인데, 이 논리에 대입해보자면 미국을 중심으로 한 NAFTA(캐나다, 멕시코)가 이상에 가장 가까운 경제 중심지의 모습을 갖추고 있으며, 유럽 역시 동구권 및 러시아를 끌어들이며 소비와 생산, 자원기지를 동시에 갖춘 파워 블록으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편 향후 새로운 파워 중심지로서 급부상할 가장 주목받는 지역은 아시아라 할 수 있다. 중국과 인도의 경제적 부상을 배경으로 한국과 일본, 그리고 중동을 잇는 아시안 코리도(Asian Corridor)가 연결된다면, 아시아는 미국과 유럽 못지않은 위상의 경제 지역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 이번 다보스 포럼에서 글로벌 리더들은 아시아 경제통합의 향방은 아시아 GDP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과 일본, 한국의 역할에 달려 있다고 결론을 내린다.
하지만 중국과 일본의 주도권 싸움, 미국의 개입 등 난제가 산적해 있어서 아시아의 제도적 통합은 아직 갈 길이 멀며, 부족한 공동체 의식, 역사적 갈등도 통합을 가로막는 장애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따라서 성공적인 통합을 위해서 아시아 국가들은 공동 번영을 향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군사적 대립을 지양해야 한다, 즉 아시아 국가들이 경쟁과 협력이라는 2개의 경로를 동시에 걸어가야 한다는 지적은 특히 주도권 쟁탈전의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한국과 중국, 일본이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이 책은 과연 그러한 아시아 공동체가 가능한지, 이를 위해서는 각 국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석학들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심도 있게 소개하고 있다.

■ 비즈니스와 커뮤니티의 중심 이동 : 후발 글로벌 기업의 부상과 개인 커뮤니티의 활성화

그렇다면 비즈니스 측면에서는 과연 어떠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을까? 가장 두드러진 것은 신흥 글로벌 기업들의 등장이다. 지금까지 세계화의 진행은 기업이 그것도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의 글로벌 기업에 의해 이루어져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지금 세계화의 주역인 기업의 배경과 속성이 바뀌고 있다. 지금까지 글로벌 기업이라 하면 IBM, 마이크로소프트, 소니, 에릭슨, 필립스 등, 미국이나 유럽, 일본 같은 선진국에 기반을 둔 대규모 기업을 떠올렸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처음 출발부터 글로벌 기업을 표방하고 나선 "태생적 글로벌기업"이나 동아시아 국가 등 개도국에 근간을 둔 "후발 글로벌 기업"들이 늘고 있다. 대만의 컴퓨터 업체인 Acer 그룹이나 한국의 삼성, LG, 멕시코의 시멘트 재벌인 Cemex 등이 바로 그러한 기업들이다. 기존 선진국의 대규모 글로벌 기업에 비해 이들 신생 후발 글로벌 기업들은 경쟁적 차별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현지화 경영을 추진하는 특성을 지니는데, 이런 후발 글로벌 기업들의 등장으로 인해 현재의 비즈니스 패러다임은 완전히 다르게 변화될 조짐이다. 한때 선진국에 치중되어있던 글로벌 기업의 활동 무대는 그 동안 소외되었던 저개발 빈곤 국가들도 세계화 조류에 동참하면서 더욱 넓어지고, 시장의 기회도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상상해보라, 전 세계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는 저개발 빈곤 국가들이 시장 경제에 편입된다면 어떻겠는가? 아마 조만간 B24B(Business to 4 Billions), 즉 새로운 40억 인구를 소비자로 삼는 치열한 경쟁구도가 만들어질 것이다. 이렇게 글로벌 기업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그동안 소외되었던 개도국 지역에서의 우량 글로벌 기업들이 점차 늘어나게 된다면 세계화의 혜택이 일부 소수 국가와 기업에 독점된다는 반세계화의 목소리도 점차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커뮤니티 면에서는 기관, 집단의 힘은 줄고 개인들의 파워가 위세당당하게 될 것이라고 다보스 포럼은 전망한다. 다보스 포럼은 웹 2.0시대에는 파워의 중심이 개인에게로 이동한다고 진단했다. 웹 2.0이 개인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댓글, 인터넷 카페, 홈피 등을 통해 분출되는 넘쳐나는 집단 여론은 우리가 현재 개인이 파워의 주역이 되는 시대에 살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이러한 변화로 조만간 공공 정책 결정과정에도 소비자의 참여가 늘어나면서 소비자의 주권이 더욱 강화될 것이고, 이해관계가 비슷한 개개인들은 가상세계에서 네트워크 사회를 구축할 것이다. 또한 다보스 포럼은 프로슈머들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오가며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통신 기술을 활용한 개인들의 집단지성은 기술혁신과 지식활용의 기폭제로 활용될 것이며, 아울러 웹 2.0 시대의 사용자들이 생산해 낸 지식콘텐츠, 즉 집단 지성은 새로운 부를 창출하는 탁월한 수단이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 글로벌 리더십을 확립하라

이 책의 가치는 힘이 이동하는 글로벌 경제, 정치, 경영, 사회의 트렌드를 식별해 내는 데 그치지 않고, 예측하기 힘든 환경과 변화무쌍한 도전에 맞서서 어떠한 생존의 법칙을 따라야 하는지에 대한 2500여명의 글로벌 지도자들의 해법을 한 데 모으고 있다. 조금 과장을 섞어 말한다면 2500권의 미래 경영서를 한 권의 책으로 결집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다보스 포럼의 결론은 미래의 승자가 되려면 ‘힘의 이동’을 선도하는 파워의 본질을 이해하고 미래를 미리 내다보는 예지력과 함께 미래형 ‘생존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거대한 힘의 이동이 전개되는 상황에서는 필연적으로 수많은 리스크가 존재할 수밖에 없으며 그러한 리스크는 단순한 방법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복합 도전’의 양상을 띠기 마련인다. 이에 다보스 포럼은 새로운 생존 모델을 기반으로 미래를 선도할 교육 혁신, 다양한 가치 체계를 가진 국가와의 협력, 위기관리의 기법 개발, 지속 가능한 도시 개발, 기술 빅뱅 대비 등 다양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미래는 준비하는 자들이 소유한다고 했다. 세계 각 나라, 기업, 인재들이 치열한 생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