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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 담는 보자기

어느 요양원 할머니의 글

한지톡톡권영애 2011. 4. 19. 15:13

" 나이 들고 병들어 누우니 잘난 자나 못난 자나,  너, 나 할 것 없이 남의 손 빌려 하루를 살더이다. 그래도 살아 있어 남의 손에 끼니를 이어가며 똥 오줌 남의 손에 맡겨야 하는구려! 당당하던 그 기세 허망하고 허망하구려.

" 내 형제 내 식구가 최고인 양, 남을 업신여기지 마시구려. 내 형제 내 식구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바로 그 남이, 어쩌면 이토록 고맙게 웃는 얼굴로 날 이렇게 잘도 돌보아 주더이다.

아들 낳으면 일촌이요, 사춘기가 되니 남남이고, 대학 가면 사촌이고, 군대 가면 손님이요, 군대 다녀오면 팔촌이더이다. 장가가면 사돈 되고, 이민 가니 해외동포 되더이다. 딸 둘에 아들 하나면 금메달이고 딸만 둘이면 은메달인데, 딸 하나 아들 하나면 동메달이 되고 아들 둘이면 목메달이라 하더이다. 장가간 아들은 희미한 옛 그림자 되고, 며느리는 가까이하기엔 먼 당신이요, 딸은 아직도 그대는 내 사랑이구려. 자식들 모두 출가시켜 놓으니 아들은 큰 도둑이요, 며느리는 좀도둑이요, 딸은 예쁜 도둑이더이다. 인생 다 끝나가는 이 노모의 푸념이 한스러울 뿐이구려…."

                                   - 어느 요양원 할머니의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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