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작가권영애의 건강노트 KH

한지작가권영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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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풍경

유홍준의 서재는 작업실이다.

한지톡톡권영애 2012. 6. 17. 12:41

 

 

현재와 미래 글쓰기의 자료집합장

저에게 서재는 작업실이죠. 화가로 치면 아틀리에구요. 여기에서 모든 일이 다 이루어지니까요. 글을 쓰기도 하고, 연구를 하기도 하고, 세미나를 하기도 하고, 손님을 맞이하기도 하고요. 제 작업실에는 현재 진행하는 강의의 자료와 글 쓰는 자료도 있고, 앞으로 5년 후에 쓸 글에 대한 자료도 같이 엉켜있어서 마치 거대한 자료집합장 같은 곳이에요. 누가 보면 쓰레기 더미 속에 있는 것 같은 인상도 줄 수 있는 곳이죠. (이곳 서재에는 책이 많지만) 집에 있는 제 방은 조그만 사랑방 공간 하나가 있는데 사전류하고 미술전집, 한국미술전집에 관한 것 외에 다른 책은 없습니다. 글을 쓰게 되면 그때그때 집으로 책들을 한 보따리 들고 갔다가 다시 가져오고, 계속해서 집으로 책을 나르곤 하지요. 제 인생의 목표가 책으로부터의 해방 이어서 집에는 책을 하나도 안 두고 사는 것, 사전만 있는 것이 좋아요.

다른 사람과 함께 나누는 지식

인문학을 공부하는 사람들 전체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상아탑이라고 하는 아카데믹한 분위기 속에서는 대중적인 것을 굉장히 경시하는 풍조가 있습니다. 한 30년 전만 하더라도 신문에 글 쓰는 것을 아주 타락으로 생각해서 신문, 잡지에 글 쓴다고 하는 것은 학자의 품위를 죽이는 것처럼 생각했어요. 하물며 텔레비전에 나간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죠. 아주 점잖은 프로그램 외에는……. 저는 이러한 것들이 인문학이 대중으로부터 스스로 멀어졌던 가장 큰 원인이 아니었나 생각을 합니다. 그럼 도대체 그렇게 해서 연구한 학문은 무엇에 쓰려고 하는 건가. 새로운 진실을 발견하고, 역사적 사실을 규명하고, 높은 인식에 올라간 것들이 그게 남들보다 자기가 높은 수준에 올라갔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한 것인가. 세상을 살면서 자기가 세상을 위해서 이롭게 하겠다는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아마 그것만은 아니었을 텐데……. 우리 풍토에서 학자라고 하는 품위를 지킨다고 하는 것을 그렇게 강요해 왔던 것이 있어요. 나는 내가 얻은 지식을 남하고 나눠 쓰고 싶었어요. 내가 모르는 게 있어서 그걸 알기 위해서 연구하는 것은 내 몫이고, 내가 아는 것을 내 전공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전달해주는 것도 내 몫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대중적이라는 것이 순수학문에 비해서 수준이 낮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대중적 글쓰기는 결코 그런 것은 아닙니다. 전문적인 지식을 대중도 알아들을 수 있게 쓰는 게 대중적인 거죠. 수준을 낮추는 것이 대중적 글쓰기가 절대로 아닙니다.

각각의 방식으로 보존이 필요한 문화재

(문화재 보존 방법은) 문화재에 따라 다릅니다. 도자기는 깨지지 않게 안전장치를 해야 하고, 회화는 변하지 않게 항온항습을 해야 하고요. 목조건축의 경우에 사람들이 오해를 하고 있는데, 목조건축은 ‘들어가지 마시오’가 치명적으로 문화재를 망가뜨립니다. 사람이 살지 않으면 천하의 명작도 3년 안에 폐가가 됩니다. 거기에 사람이 살면서 먼지도 쓸어주고, 습기가 차면 문을 열어주고, 추울 때는 불을 때주고 해야 살아나는 것을 그게 돌집도 아닌데 들어가지 말라고 해서 망가진 문화재가 수도 없이 많습니다. 권위주의 때의 소산이죠. 많은 사찰들이 오늘날까지 보존되는 것도 역시 사람들이 법당 안에 들어가서 예불을 드리고 있기 때문이고요. 사람이 없는 썰렁한 서원 같은 경우에는 나무가 말라서 비틀어져서 곧 수리를 해야 할 것만 같은, 지금 와서는 살라고 해도 살 수 없을 것 같은 그런 집으로 변하죠. 이 모든 사안에 따라서 보존하는 방법은 달라야 합니다.

문화재 공부의 가장 좋은 선생님은 책

(문화재를 공부하려면) 책을 읽어야 해요. 모든 문화재에 대해서 눈을 뜨는 방법은 좋은 유물을 좋은 선생님하고 같이 보고, 그 선생님이 본 시각으로 자기도 보려고 노력하는 거예요. 이렇게 얘기하면 사람들이 ‘나는 나 나름의 시각을 갖고 싶지, 남의 시각을 따라가고 싶지 않다’고 얘기를 합니다. 세상에 그런 방법은 없습니다. 교육은, 실력은 모방에서 시작하는 거예요. 모방을 전제로 하지 않은 교육은 없습니다. 좋은 것을 따라서 하는 거고, 착한 것을 본받아서 하는 거고, 그러다 보면 자신의 시각을 갖는 것이지, 특별한 방법이나 기계가 있어서 그걸 장착하면 눈이 떠지는 건 절대 아니죠. 많이 봐야 하는 것이고, 또 그것이 가지고 있는 내면적인 가치는 책을 통해서 읽어봐야 되고요. 좋은 유물을 좋은 선생님하고 같이 보는데 그 좋은 선생님은 대개 책입니다. 책을 통해서 배우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