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몽상의 공간, 서재
저에게 서재는 벽난로인 것 같아요. 벽난로 옆에서 좋아하는 책을 읽기도 하고, 그 책을 읽고 자료를 보고 한 것들을 바탕으로 상상, 몽상을 많이 하기도 하고요. 그 몽상을 기반으로 글을 쓰기도 하고, 글을 쓰다가 지치면 졸기도 하고, 자기도 하고…… 아주 추운 날, 세상살이가 힘들 때 항상 서재를 생각하면 내가 거기 들어가서 가장 편안한 자세로 가장 자유롭게 몽상을 하고, 시간을 잊어버리고 가장 열심히 글을 쓰는 그런 공간인 것 같아요. 그래서 되도록이면 그 공간 자체를 개인적이지만 나 자신에게 굉장히 따뜻한 몽상의 공간으로 만들려고 계속 노력하고요. 그렇게 내가 행복해야지만 글이 자유롭게 나오는 것 같아요. 서재는 벽난로고 이 책들이 다 난로 속에 들어가는 재료들, 장작들이죠.

다른 사람의 삶을 통해 나를 키워 나가
누구나 삶을 살면 질문이 생기고,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을 구하고, 충격을 받든지, 상처를 입든지 이렇게 되는데. 그런걸 내가 스스로 극복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그게 잘 안될 경우에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현대인이든 과거의 인물이든 상관 없이 그걸 아주 문제적으로 혹은 훌륭하게 극복하려고 노력했던 그런 인물들을 찾아보고 이해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인간이란 건 비슷한 존재들인 것 같거든요. 그런데 그런 분들은 대부분 절정 고수이기 때문에 처음에 접하면 내 머리로 이해가 안 되는 거죠. 그래서 사실 그런 역사적인 인물을 가지고 작품을 쓰면 물론 소설을 써서 뿌듯하기도 하지만, 소설을 쓰기 전에도 벌써 나는 많이 배웠다는 생각을 해요. 정말 내가 못쓴다면 소설 안 써도 된다고 그래요. 내가 이 사람을 알아 나가기까지의 과정이 굉장히 나한테 중요한 거죠. 그런 과정들이 나를 키운다는 생각을 하고요. 그래서 계속 인물들한테 관심을 가지는 것 같아요.
작품 속 주인공은 김탁환화 된 인물들
항상 책을 쓰고 나면 어디까지가 역사적 인물의 이야기고, 어디서부터가 당신의 이야기냐는 질문을 받거든요. 구분할 수가 없어요, 섞여 들어가기 때문에. 예를 들어 <나, 황진이>라는 소설을 쓰면, 저는 1968년에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남자인데, 16세기 초에 개성에서 살다간 기생 출신의 여자 시인을 그려야 하잖아요. 수위조절은 불가능하죠. 그래서 이게 처음에는 접점이 형성 안되기 때문에 계속 이 여자한테 다가가려고 끊임없이 노력하고요. 그래서 그 사람이 썼던 시들도 읽고, 그 사람이 췄던 춤 같은 것도 조사하고, 노래도 조사하고, 그 사람이 살았던 개성을 지도나 사진이나 책을 통해서 보면서 계속 (그 인물과) 붙으려고 하죠. 그래서 붙잖아요? 접신이라고 보통 이야기 하는데, 붙으면 그 다음부터 쭉 가는 수밖에 없어요. 그 순간에는 황진이와 김탁환이 연결되어 있는 거죠. 또 이순신과 김탁환이 연결되어 있는 거고. 그래서 김탁환화 된 황진이고, 김탁환화 된 이순신인 거고요. 그래서 거기에 대해서 어떤 부분이 과장되어 있다거나, 어떤 부분이 문제가 있다거나 하는 부분은 작가가 다 안아야 되는 문제인 것 같아요.

40대에 세 편의 소설 집필 계획
제가 40대에 쓰고 싶은 소설이 세 편 정도 있어요. 40대에 쓰고 싶다는 건 취재할 힘이 남아 있고, 부지런히 답사를 많이 할 수 있고, 노안이 오기 전에 자료들을 많이 읽어낼 수 있을 때, 그런 답사와 자료 조사가 되어야지만 쓸 수 있는 것들이에요. 제가 교수를 그만두면서 그런 소설 세 편 정도를 50살이 되기 전까지 꼭 세 편을 쓰겠다고 생각을 하고 나왔었고요. 그 첫 작품이 작년에 냈던 <밀림무정>이라는 인간과 자연이 대결하는 소설이었고, 지금 두 번째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올해 내기는 어려울 것 같고요, 내년이나 공부가 부족하면 내후년까지 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걸 마치고 또 그 다음 소설을 한 2~3년 쓰고 나면 쉰 살쯤 될 것 같아요. 그러면 그 때는 또 50대에는 뭘 써야 할지 고민에 빠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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