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이야기가 들어있는 숲 속 같은 서재
서재는 아름다운 숲 속에 있는 것처럼 많은 생각을 하게 하고, 또 즐겁고, 재미있고, 신비로운 곳입니다. 여기 서재 속에 수많은 책들이 있고, 수많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 속에 다 들어 있잖아요. 세상의 모든 이야기가 다 들어있기 때문에 예쁜 숲 속에 들어있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듭니다.

어린시절 자란 마을은 그 자체로 큰 서재
시골에 있는 서재는 제가 어렸을 때부터, 문학공부를 시작할 때부터 1980년대까지 사회인문학 서적들이 다 들어가 있습니다. 거기는 방에 책이 가득 들어있는데, 그 방이 서재라기보다도, 제가 살고 있는 진메마을이라는 작은 마을 자체가 저에겐 큰 서재였던 셈이죠. 강이라든가, 산이라든가, 마을사람들이라든가, 농사짓는 모습이라든가, 그런 자연 자체가 저에겐 책과 함께 서재였죠.
좋은 책은 반드시 가족이 함께 읽어야 완성된다
나만 책을 읽으면 별 의미가 없습니다. 가족이라는 공동체적인 구조가 있는데. 내가 책을 읽고, 책이 좋으면 안사람이 읽어야 되요. 그래야 얘기가, 생각이 같이 공유되고 소통되어서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좋은 책들, 신문에서 좋은 칼럼이 있으면 반드시 아내를 읽게 합니다. 아내도 어디선가 좋은 칼럼이라든가 좋은 책을 읽으면 반드시 나한테 이건 꼭 읽어봐야 된다고 얘기를 하죠. 또 아들이나 딸에게도 ‘반드시 이 책은 읽어야 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이해하려면 이 책을 이해해야 된다’고 해서 식구들이 다 같이 읽는 책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중요한 책들은 다 식구들이 읽어야 되고, 중요한 신문 칼럼은 다 읽어야 됩니다. 좋은 작품, 책이라는 것은 반드시 가족이 다 읽어야 비로소 완성이 된다고 생각을 해요.

섬진강은 내 핏줄로 이어진 몸 그 자체
제가 어렸을 때,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에 섬진강을 하루도 안보고 산 적이 없어요. 눈을 뜨면 강이 보였기 때문에, 눈을 감고 잘 때 빼고는 늘 섬진강을 보고 자랐기 때문에 섬진강은 내 몸과 같죠. 지금도 전주에서 기거를 하고 있지만 눈을 감고 자면 전주의 풍경들은 전혀 안 보이고, 시골 풍경이 딱 떠오르죠. 눈을 감으면 시골, 산이 있고, 그 산에 논과 밭들이 있고, 그 다음에 강이 있고, 강 건너 이쪽에 토끼풀 꽃도 피고, 자운영 꽃도 피는 예쁜 강변이 있고, 그 다음에 논과 밭이 조금 있고, 그 다음에 마을이 있죠. 그 마을이 끝나면 바로 뒷산이 있고. 좁은 계곡 속에 들어있는 마을들이 지금 눈을 감으면 떠올라요. 서울에 가서 자도, 사실 잠은 시골 마을에서 자고 있는 느낌이죠. 누워있으면 강 자체가 내 핏줄처럼, 내 핏줄로 이어져서 내 몸을 지나가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어요.
26년간 많은 것을 가르쳐 준 아이들
주로 초등학교 2학년을 오래 가르쳤거든요. 2학년을 26년 정도 가르쳤는데, 2학년 아이들이 나에게 준 것은 너무 많죠. 사실은 교육이라는 건 자기를 가르치는 거예요. 가르치다 보면 내가 배우고 공부를 하게 되는데, 나는 2학년 아이들한테 너무 많은 걸 배웠죠. 일단 정직하고 진실하고, 진지하고, 진정성이 있습니다. 또 깨끗한 영혼을 가지고 있고, 세상을 늘 새로운 눈으로 보는 신비함을 가지고 있어요. 세상의 모든 것들을 자기 것으로 만들 줄 아는 그런 삶의 기본적인 자세가 되어 있지요. 그들은 늘 세상이 신비하고 새롭죠, 재미있고 신나고 활기차고, 늘 의구심에 가득 차 있고, 기대에 가득 차 있고…… 그런 것들이 늘 내 삶에 활력을 주었죠. 저는 계획이 별로 없는 사람인데, 책을 만들고 글을 쓰는 일은 계속 하고요. 제가 아이들과 오래 지내다가 지금은 아이들과 안 지내기 때문에 내년쯤 시골집을 수리를 하고, 조그마한 집을 지을텐데, 거기에서 전국에서 어린이들을 몇 명씩 모아서 아이들과 같이 섬진강 작은 학교, ‘김용택의 작은 학교’를 한번 운영해볼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도시에 있는 아이들을 – 숫자가 많으면 힘드니까 – 5~6명 정도 선정을 해서 자연, 농사, 생태, 마을 이야기 같은 것들을 아이들에게 종합적으로 가르치는, 그래서 글도 쓰게 하고, 그림도 그리게 하는 그런 작은 학교를 한 번 열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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