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작가권영애의 건강노트 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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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韓紙)작품 전시회

[스크랩] 꿈꾸는 방랑자’ 발표한 한국화가 牧園 김재선

한지톡톡권영애 2018. 3. 28. 07:04



♣ ‘꿈꾸는 방랑자’ 발표한 한국화가 牧園 김재선 ♣


    고무신으로 빚어낸 어머니의 세계
     
    ⊙ 한국인의 정서가 녹아든 고무신을 소재로 작품 만들어
    ⊙ 五方色으로 한국 전통의 美를 생동감 있게 표현해
    ⊙ 고무신 시리즈 ‘꿈꾸는 방랑자’는 한지 조형의 새로운 場

    김재선
    ⊙ 1961년 경남 김해 출생.
    ⊙ 홍익대 미술대학원 동양화과 졸업.
    ⊙ 현 대한민국미술대전 문인화 부문 초대작가, 서울미술협회 이사.
    ⊙ 대한민국미술대전 우수상(2002년),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2001년), 개인전 15회.

    朴玉生 미술평론가
    ⊙ 1977년 강원도 삼척 출생.
    ⊙ 동국대 대학원 미술사학과 졸업(한국회화사 전공).
    ⊙ 월정사 성보박물관 큐레이터, 서울본부세관 관세박물관 큐레이터 역임.
    ⊙ 現 한원미술관 큐레이터, 월간 <월간전시>에 ‘박옥생의 화가열전’ 연재.
     현대미술은 그 내용과 재료, 기법 면에서 다양하고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그림이 말하는 정서들을 읽어내고 공감하기에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작품이 뿜어내는 이야기와 鑑賞者(감상자)의 마음이 交感(교감)할 때 비로소 우리는 작품의 무한한 아름다움에 눈뜰 수 있다. 牧園(목원) 김재선은 고무신을 통해 작품과 감상자의 설레는 만남을 대중적으로 끌어내는 힘을 지닌 보기 드문 한국화가다.
     
      목원 김재선은 미술대전 문인화 부문 초대작가를 지내는 등 참신한 筆力(필력)과 대담한 구성으로 인정받은 중견작가다.
     
      그는 특히 전통문인화의 경계를 넘어서는 실험적 작품들로 주목받았다. 흐드러지게 핀 매화 사이에서 졸고 있는 새를 그린 ‘陰陽(음양)의 傳令(전령)’이 그 좋은 예다. 김재선이 이번에 고무신 시리즈 ‘꿈꾸는 방랑자(Dreaming Vagabond)’를 새롭게 선보였다.
     
      고무신만큼 한국인의 정서와 함께 격동의 세월을 보낸 소재는 없을 것이다. 고무신은 19세기 말 조선에 들어오면서 짚신을 대신해 한동안 우리 민족의 발이 되어 주었다.
     
      고무신이 갖는 조형성과 순수한 이미지에 대한 추억은 다양하다. 흰 코고무신은 어머니가 외출할 때 마지막으로 챙기는 소품이었다. 가래질 나가는 아버지의 검정고무신은 벗과 마찬가지였다. 냇가로 물놀이 가는 아이들의 고무신은 고기 잡기를 돕는 역할을 해냈다. 조선 마지막 왕 純宗(순종)이 고무신을 최초로 신은 한국인으로 기록되기도 했다.
     
    꿈꾸는 방랑자 Dreaming Vagabond 100×100cm 닥 Melted Korean Paper 2009.

      김재선은 한지로 흰 고무신과 검정고무신을 만들고 이를 화면에 붙이는 작업으로 사람 사는 모습을 전하려 한다. 무형문화재 119호인 韓紙(한지) 匠人(장인) 류행령이 떠내는 한지로 종이죽을 만드는데, 이 종이죽은 화면에 올려 뭉쳐지고 쌓인다.
     
      종이죽이 만든 화폭에서 폭발하는 군중의 함성을 느낄 수 있다. 화면의 재질감이 繪畵美(회화미)에 영향을 미치는 ‘마티에르 효과’가 성공적으로 표현된 것이다.
     
      견고하게 빚어진 수많은 고무신은 한데 모여 길(路)이 되기도 하고 사각형, 원형이 되기도 한다. 고무신 사이 새겨진 음영은 평면 회화가 이룩할 수 없는 입체의 영역을 구현했다.
     
    꿈꾸는 방랑자 Dreaming Vagabond 100×100cm 닥 Melted Korean Paper 2009.

     
      우리 모두의 어머니를 은유
     
      김재선은 작가노트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엄마 하면 추운 겨울 햇살이 내리는 담벼락 같은 따스함으로 다가온다. 우리 엄마가 신으셨던 무늬 없는 하얀 고무신은 온아하고 소박한 우리 엄마를 닮았다. 엄마를 닮아 평온하며 온아하고 따스한 한지로 고무신을 만들며 엄마의 삶을 따라간다.”
     
      한지로 떠내는 고무신은 어머니 그 자체의 포근함을 느끼게 한다. 화면에 올려진 고무신의 고유 物性(물성)은 우리 모두의 어머니를 극적으로 은유한다. 어머니의 헌신적인 사랑과 따스한 심성이 붓의 한계를 벗어나 한지를 통해 재탄생했다. 상상력의 확장과 표현의 자유가 한지의 힘을 입어 날개를 달았다.
     
    꿈꾸는 방랑자 Dreaming Vagabond 200×600cm 닥 Melted Korean Paper 2009.

      오랜 문인화 작업으로 한지의 특징을 잘 이해하고 있던 작가에게 붓에서 한지로의 작업 이행은 그리 낯선 것만은 아닌 듯 보인다. 한지의 포근한 색감은 어머니의 따스한 살결을 닮았다. 한지는 可變性(가변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물과 만나 다양한 모습과 느낌을 연출한다. 이러한 재료의 성질은 고무신을 신으며 유년시절을 보낸 세대의 아련한 추억을 끄집어낸다.
     
      김재선은 손마디가 굵어져 버린 어머니, 시대의 자존심으로 세상을 관조하던 아버지를 회상하게 하는 작품으로 대중적 공감대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내고 있다.
     
      김재선 작품의 주 소재는 검정고무신과 코고무신이다. 코고무신 발자국 위로 검정고무신이 올려진 작품을 통해 음양의 조화란 주제 의식을 살펴볼 수 있다. 경계가 뚜렷하지 않다는 한지의 특성이 검정고무신과 코고무신을 절묘하게 결합시키고 있는 것이다. 남성과 여성이 한판 어우러지는 그 아찔한 사랑의 과정처럼 보일 듯 말 듯 은근하게 표현했다.
     
    꿈꾸는 방랑자 Dreaming Vagabond 145×55cm 닥 Melted Korean Paper 2007.

      하늘을 상징하는 원과 땅을 상징하는 사각형의 天圓地方(천원지방) 사상도 그려냄으로써 더욱 明徵(명징)하게 구체화시킨다. 하늘과 땅 사이를 媒介(매개)하는 인간을 수많은 발자국으로 구체화한 天地人(천지인)의 작품세계는 太極(태극)으로 완성되고 있다.
     
      태극은 음양론에서 우주만물의 근원을 표현하는 것으로 끊임없이 변화하는 대자연의 순환원리를 조형화한 것이다. 태극은 음과 양으로 나누어진 기운이 하나로 융합해 달려가는 나선형과 소용돌이로 나타난다.
     
      김재선의 화면에 등장하는 태극은 응결, 응축되는 소용돌이 형태로 등장한다. 보는 이를 빨아들이는 듯한 상호작용 속에서 팽팽한 긴장감을 느낄 수 있다. ‘변화무쌍한 가운데 활달하게 잉태한다’는 氣韻生動(기운생동), 靈氣(영기), 雲氣(운기)의 화면을 창출하고 있다.
     
    꿈꾸는 방랑자 Dreaming Vagabond 28×28cm 닥 Melted Korean Paper 2006.

     
      ‘태극’은 자궁 속 어머니가 품은 태아
     
    꿈꾸는 방랑자 Dreaming Vagabond 90×190cm 닥 Melted Korean Paper 2008.

      김재선은 소용돌이치는 태극 형상의 중앙에 曲玉形(곡옥형)을 만들어 냄으로써 어머니의 자궁 속에 웅크린 태아를 표현하기도 했다. 어머니의 품과 太古(태고)의 원형으로 환원하고자 하는 관념의 始原(시원)을 가시화하고 있다. 푸른색, 붉은색으로 회전하는 태극은 자궁 속에 어머니가 품은 태아로 확장될 수 있으며 그것은 원시적 祭儀式(제의식) 공간으로까지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김재선의 꿈꾸는 방랑자 시리즈는 오방색 작업으로 확대되고 있다. 오방색은 적, 청, 황, 백, 흑의 5가지 색으로 동, 서, 남, 북, 중앙에 해당하는 방위를 색으로 표현하는 동양전통의 색이다.
     
      昨今(작금)의 많은 화가가 천연재료(돌·식물)에서 뽑아낸 안료로 염색해 오방색을 표현하는 것은 한국적 정체성을 드러내는 중요한 작업 가운데 하나로 보인다.
     
      목원 김재선의 화면의 정제된 오방색은 彩度(채도) 면에서 고구려 고분벽화에서 표현된 활달하면서도 정직한 오방색을 가장 근접하게 닮아 있다.
     
      고구려 고분벽화의 선명한 호소력은 당시 삶을 살았던 사람들의 색채를 잘 전해 주고 있다. 생동감 있는 오방색은 美術史家(미술사가) 강우방 선생이 말하듯 조선시대 불교회화에서 다시 부활되었다.
     
      조선 甘露佛畵(감로불화)나 掛佛(괘불)에서 보여주듯이 조선시대 사람들의 진솔한 염원을 담아낸 불화는 고구려 고분벽화의 색감을 그대로 잇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김재선이 만들어낸 오방색은 단순한 색의 모방이 아니다. 붓이 화가의 손에서 막 떨어진 듯한 생명력 넘치는 고구려벽화, 그리고 이를 계승한 조선 불교회화에서 나타난 오방색이다. 고구려 때부터 시작해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과거와 현재 사람들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전해 주는 系譜(계보) 線上(선상)에서 존재하는 색임을 보여준다 하겠다.
     
      고구려 고분은 亡者(망자)를 위한 가장 성스러운 공간이다. 이 속에 그려진 벽화는 인간 삶의 喜怒哀樂(희로애락)을 색을 통해 제의적이고 성스러운 영역으로까지 끌어올렸다.
     
      김재선 작가의 고무신과 오방색의 결합은 관람자에게 神的(신적) 엑스터시(Ecstasy), 무아지경으로 그 오감 너머의 정신세계를 자극한다.
     
     
      낯설게 하기
     
      실에 매단 고무신을 설치하는 작업은 작가가 음악성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듯이 리듬성이 돋보인다. 코고무신의 뾰족한 코 모서리에서 도도히 흐르는 고무신의 곡선은 운율을 띤다. 우아하고 담백한 線的(선적) 美感(미감)은 한국 전통의 처마선, 저고리의 곡선과 연결된다. 김재선의 작품은 석굴암 석굴에서 보이는 유려하고 생동감 넘치는 아름다움과 그 맥을 같이한다.
     
      실에 맨 고무신이 만들어 내는 리듬은 조선시대 과거를 보러 가는 선비의 괴나리봇짐 뒤에 대롱대롱 매달린 고무신을 닮았다. 과거 합격에 대한 불안함과 기대를 안고 떠나는 선비, 괴나리봇짐 끝자락에 걸쳐진 한 켤레 고무신은 관람자에게 리듬감을 경험하게 한다.
     
      이러한 작품들은 베틀에서 북이 들쑥날쑥하며 실을 잦는 어머니의 모습을 문살 너머로 엿보는 아찔함을 선사하기도 한다. 김재선의 작품들은 옛것에 대한 그리움을 실타래를 풀듯 예술적으로 게워낸다.
     
      김재선의 설치작업들은 아리랑 시리즈로 귀결된다. ‘꿈꾸는 방랑자’의 주제에서도 보여주듯이 고무신은 어머니로 대표되는 인간의 삶을 그리며 그 삶은 원과 사각, 태극으로 조형화되면서 음양의 조화로 형상화됐다.
     
    꿈꾸는 방랑자 Dreaming Vagabond 110×130cm 닥 Melted Korean Paper 2007.

      작가는 괴나리봇짐에 매달린 고무신처럼 우리 모두는 꿈을 가진 채 떠나는 방랑자임을 메시지로 전한다. 이러한 방랑자 모티프는 아리랑을 흥얼거리는 우리의 興(흥)과 신바람을 담아낸다. 김재선은 이를 조형으로 계승하고 있다.
     
      김재선의 작업들은 도자기, 민화와 같은 한국 전통 모티프를 현대의 고무신이란 소재에 감정이입했다. ‘낯설게 하기’를 통한 고무신으로 회화와 조형미, 원초적 열애와 과거와 현재를 연결했다.
     
      어머니로 은유한 고무신은 음양의 이치에 조화된 삶, 종교적 성스러움을 이끌어내었다. ‘방랑자’라 命名(명명)된 우리 모두의 삶을 조형화한 김재선의 작품은 ‘흥’의 아리랑으로 맺어진다.
     
      김재선의 작품 여정은 한국인 정서의 발전단계를 굿을 벌이듯 시원하게 풀어 주었다. 김재선의 작품에서 보이는 정서가 굿마당의 단계와 매우 흡사한 것도 사실이다.
     
      김재선이 열어 놓은 한지 조형의 새로운 場(장), 고무신 시리즈 ‘꿈꾸는 방랑자’는 고무신으로 은유한 한국 원형질의 순례기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고무신이 꿈꾸는 공간은 행복한 방랑자,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즐거운 꿈 만들기인 것이다.⊙

    출처 : 스위시 남영카페
    글쓴이 : 남영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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