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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가 있는 산책길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지톡톡권영애 2020. 6. 2. 17:02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 심순덕 -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찬밥 한 덩어리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겨울 냇물에서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배부르다 생각 없다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발뒤꿈치 다 헤져 이불이 소리를 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손톱이 깎을 수조차 없이 닳고 문드러져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화내고 자식들이 속 썩여도 전혀 끄덕없는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그것이 그냥 넋두리 인줄만......

한밤중에 자다가 깨어
방구석에서 한없이 소리죽여 울던 엄마를 본 후론

아 !
엄마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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