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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 담는 보자기

"바쁠수록 천천히, 마음에 쉼표를 찍으세요"

한지톡톡권영애 2011. 2. 23. 11:26

아침편지 배달부 고도원의 인생 처방전
"바쁠수록 천천히, 마음에 쉼표를 찍으세요"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 분주한 일상 속에서 여유를 찾는 방법, 마음속에 수시로 짧은 쉼표를 찍어보자.
심오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단순한 이 진리는, 매일 아침 217만 독자에게 편지를 보내는 고도원이 발견한
인생 처방 레시피다.


아침편지 배달부 고도원이 오랜만에 소식을 전해왔다. 3년 만에 새 책이 나왔단다. <잠깐 멈춤>이라는
제목의, 커다란 쉼표가 있는 노란색 표지의 책.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던 참이라 커다란 쉼표의 울림이 꽤
컸다. 그 울림을 간직한 채 그가 있는 충청북도 충주의 명상센터 '깊은 산속 옹달샘'을 찾았다.

"쉼표 하나에 위안을 느끼셨다고요? 하하하. 요즘 자주 듣는 이야깁니다. 다들 많이 지치셨나봐요.
저도 그렇고, 우리 모두가 한 번쯤 브레이크를 걸 시기가 왔구나 싶은 생각이 드네요. 잠깐 멈추자는 것이
사실 대단히 계몽적인 이야기는 아니잖아요. 기존에 없었던 전혀 새로운 말도 아니고, 아침편지에서도
꾸준히 언급했던 내용이에요."

아침편지는 지난 10년간 고도원이 매일 아침 독자들에게 보내고 있는 이메일 편지다. 자신이 읽은 책속의
인상적인 구절에 본인의 단상을 더해 한 통의 편지 형식을 완성했다. 남녀노소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눈높
이를 낮춘 데다, 텍스트의 분량도 많지 않아 아침편지를 받아보는 독자들의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지인들에게 보내던 편지가 소문이 나서, 지금은 엄청난 숫자의 독자들이 그의 편지를 받아보고 있다. 수없이
쏟아지는 스팸메일 속에서 얌전하게 보관되어 있는 그의 편지에는, 학창 시절 짝궁이 서랍속에 몰래 넣어
주던 정성 가득한 편지를 받아보는 듯한 설렘이 있다.

"좋아하는 몇 사람에게 보냈던 아침편지가 행복 바이러스처럼 번지고 퍼져서 지금은 217만 명이 넘는
독자가 생겼어요. 책 한 권과 그 속에 적힌 글 한 줄이 사람의 운명과 인생을 바꿀 수도 있다는 믿음이
있었거든요. 이 번에 나온 <잠깐 멈춤>은 아침편지의 연장선이에요. 아침편지로 주고 받은 수 많은
이야기들 중 '멈춤'에 관한 단상들만 모았죠. 이메일이 아닌 종이 편지를 묶어서 낸다는 생각으로요."

치열한 젊음 이후의 쉼표가 인생을 바꾸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그는 재밌는 이력을 갖고 있다. 아침편지를 받아보는 독자들도 "고도원이 사람
이름이었어?" 라거나 "고도원은 편지 보내는 회사잖아!"라며 단정 짓는 경우가 있다. 그가 작가인지, 시인
인지, 종교인인지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그는 글쟁이 출신이다. 연세대학교 대학신문인 <연세춘추>의 편집국장을 지냈고, <뿌리 깊은
나무>와 <중앙일보>에서 기자로 15년간 활동했다. 1998년부터 5년간 청와대에서 대통령 연설담당
비서관을 지냈다. "피 빨아먹는 직업이지. 잘 알잖아요. 잡지사 기자로 5년 일하고, 일간지에서 사회부,
정치부에서 뜨거운 시간을 보냈지. 하루도 여유 없이 살았어요. 비서관으로 일할 때는 5년동안 3일
쉬었나? 지금 생각하면 서글프죠. 황금 같은 인생에서 어저면 가장 빛날 시기에 일만 하면서 보냈
으니까. 물론 여한 없이 일을 했다는 충만감은 있지만, 억울하기 짝이 없습니다."(웃음)


기자와 연설담당 비서관 사이에는 글을 쓴다는
공통점이 있다. 스트레스가 막중한 일이라는 점도
비슷햇다. "기자시절 우리끼리 농담처럼 주고받던 말이,
가정을 버려야 가정을 지킨다는 말이었어요. 새벽3시에
나가서 밤새 기사 쓰고, 담배도 엄청 많이 피우고.
그렇게 몸을 함부로 대했더니 몸에서 말을 걸어
오더라고요. 온몸이 돌처럼 굳어 버리고, 손가락
하나 옮길 수가 없는 지경이 됐어요."

그때부터 그의 행보는 조금 달라지고, 조금 넓어
졌다. 몸과 마음에 고장이 났다는 사실을 인식하니
자동적으로 '멈춰야겠다!'라는 생각이 들더란다. 업무가
아닌, 본인을 위한 시간을 조금이라도 만들어보자는
생각에서 마라톤을 했고, 아침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편지를 쓰니 마음이 정돈되고, 마음을 가다듬는
다양한 방법이 떠올랐다. 아침편지가 자리하는
공간이 점점 커졌고, 그의 인생도 달라졌다.
치열한 일상에 쉼표를 찍으니, 마음으로는
수시로 평온한 바람이 불었다.

‘아침편지에서 출발한 고도원식 마음 치유 프로그램'
"아침편지가 벌써 10년째 접어들었어요. 심신이 지쳤을 때 돌파구를 찾으려는 생각으로 시작한 일인데
이렇게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시고 동참해주셔서 제가 더 큰 에너지를 얻습니다. 물론 저도 사람인지라 영감
이 오지 않아 괴로워할 때도 있지만요."(웃음)

아침편지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만큼 그의 책임감도 커졌지만, 또 그만큼 편지를 읽고 마음의
치유를 얻었다는 독자들도 늘었다. 그 독자들과 공감할 거리를 찾고 싶었다. 한 통의 편지만으로는 부족했던
것이다.

"독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어요.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동아리처럼 삼삼오오 뜻이 맞는
사람도 생기고요. 아무래도 정서 상태나 감정이 비슷한 사람들이 모이니까 그런 것 같아요. 자기들끼리
모여서 여행 동아리도 만들고, 건강 동아리도 만들어서 아침편지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어요. 덕분에 제 활동
반경이 굉장히 넗어졌죠."

아침편지를 매개로 맺어진 관계인 만큼, 모임의 중심에는 '마음'이라는 것이 있다. 여행을 가더라도 그냥
가는 게 아니라 명상의 시간을 가직 수 있도록 계획한다. 다이어트 동아리도 마찬가지. 단순히 살을 빼자는
목적이 아니라, 명상과 접목해서 몸과 마음을 동시에 가볍게 하는 식이다.

"재밌는 프로그램 많아요. 몽골 초원에서 말 타기도 그중 하나고요. 작년엔 140명이 다녀왔는데, 몽골
대 초원에서 바람을 가르듯 말을 타고 신나게 달리며 호연지기를 키우는 것이 목적인 여행이죠. 말을 타고
달리다 멋진 풍경 앞에서 잠깐 멈춰서서, 마음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요. 그 순간에는 누구나 한 번은
진지한 생각을 하게 됩니다. 자신을 돌아보면서요."

단순한 여행과는 차원이 다르다며, 이토록 진지하게 나를 되돌아본 시간은 처음이었다는 것이 프로그램
참가자들의 공통적인 반응이다. 초원을 달리면서 느꼈던 벅찬 감정이 무한한 에너지로 돌아와 일상에 더 집중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며, 기회만 된다면 다시 참가하고 싶다는 후기가 줄줄이 이어진다.

아침편지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은 관심만 있다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그의 홈페이지에는 각종 프로
그램에 대한 정보가 잘 소개되어 있다. 많은 사람들이 마음의 여우를 찾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잘 알기에,
그는 늘 새로운 프로그램을 연구한다. 제주 올레 걷기 명상, 바이칼 명상, 아오모리 온천 명상 등 여행과
명상을 접목시켜 인생을 한 번 되돌아볼 수 있는 좋은 프로그램이 연중 운영된다.

수시로 멈추는 명상, 마음 속 멈춤

다시 <잠깐 멈춤>의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그는
본격적인 명상원인 '깊은 산속 옹달샘'을 운영하면서
매일 아침편지를 통해 마음을 다독거리면서, 명상 공부
를 하면서 멈춤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다. 그가 강조하
는 멈춤은 어느 날 갑자기 하던 일을 획 던져버리고
떠나는 일차원 적인 멈춤이 아니라, 수시로 마음
속에서 브레이크를 걸어보는 멈춤이다.

"어려운게 아니에요. 제가 추구하는 명상은 수시로
멈추는 거에요. 산책을 하면서, 밥을 먹으면서도 얼마
든지 멈출 수 있어요. 머릿속 복잡한 생각을 멈추면
되거든요.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무념무상의 순간
이 되면, 평소 들리지 않던 새소리가, 빗방울 떨어
지는 소리가, 바람소리가 가슴을 치는 것을 느낄
수 있어요. 그게 바로 명상의 순간이자, 마음이
평화를 얻는 순간이죠. 그런 순간이 많아질수록
마음이 편안해지는 건 당연한 일이고요.

한 번이라도 명상을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명상에
기능적인 것이 필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알 것이다.
고수일수록 명상의 경지는 일상에 가깝고 순간에
가깝다. 짧은 멈춤은 한 사람의 인생을 되찾게도,
용서의 마음을 불어넣기도, 상처를 치유하기도
할 정도로 놀라운 힘을 지녔다.


“명상이 어렵지 않다는 것을 많은 사람에게 알려주고 싶었어요. 누구나 인생의 답을 찾고 싶어 하잖아요.
초등학생부터 70~80대 노인층까지 쉽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을 알리기 위해 늘 연구합니다. 제가 있는 이 공
간이, 제가 하는 말과 행동이 모든 사람들에게 편안한 쉼터가 됐으면 좋겠어요.”

그는 늘 꿈에 대해 이야기하고 꿈 넘어 또 다른 꿈을 꾸며 산다. 그리고 이런 모든 꿈을 이루기 위해,
그는 똑같은 일상을 반복한다. 그것은 때론 고통스럽기도 하지만, 그는 마음으로 멈추고 쉬는 방법을 알고
있다. "사람들에겐 늘 멈추라고 강조하면서, 10년째 반복되는 아침편지도 멈출 때가 되지 않았냐?"는
짖궂은 질문은 할 필요가 없어졌다.

취재: 임언영기자   사진 : 신승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