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작가권영애의 건강노트 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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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산책

김충원의 스케치 특강

한지톡톡권영애 2014. 5. 25. 05:53

<김충원의 스케치 특강>

 

강연회 영상



 

사인회 영상



“미술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은 스킬을 가르치지 않는 것입니다. 모두에게 작가적 상상력을 강요하는 것이 재미있는 미술활동을 죽이고 있어요. 그림을 잘 그리려면 우선 1년 정도는 자기가 그린 그림을 남들에게 절대 보여주지 말고 바로 버리세요. 주위 사람들의 말을 듣다 보면 좌절해서 낙담하게 됩니다.”

지난 23일(금)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저자 강연회에서 김충원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YES24와 롯데시네마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아름다운 책 人터뷰’였다.

저자 김충원 교수는 지금까지 60여 권의 미술 교재를 집필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미술교육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방송과 광고, 출판, 브랜드 컨설팅 등 다방면에서 일하는 디자이너로 현재 명지전문대학 커뮤니케이션 디자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일상에서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과 사물들. 그런 모습들을 나만의 언어로 담는 방법엔 어떤 게 있을까? 글이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또 사진도 마찬가지. 하지만 그림으로 담는 방법은 어떨까?

저자는 이에 멋진 답을 제시했다. 그것은 바로 그림, 스케치는 ‘커뮤니케이션’이자 ‘메모리(기억)’라는 것. 그는 많은 사람들이 다른 매체와 달리 그림을 어렵게 느끼는 건 “목표치가 너무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예술 분야는 거의 대부분 서양에서 들어온 것들이지만, 스케치에 관한 한 그런 장벽이 없어요. 스케치는 선을 중시하니까 서양보다는 한국이 더 유리해요.”

이어 그는 미술 교육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미술이 일부 작가들만의 전유물로 전락한 건 수채화와 크레파스 때문이에요. 수채화는 물감을 다루기가 쉽지 않고 농도를 표현하는 것은 전문작가들도 너무 힘들어요. 수정도 안 되잖아요. 어릴 때부터 크레파스로 그림을 시작하는데, 크레파스는 좋은 화구가 아니에요.”

크레파스와 수채화가 그림 그리기 망쳐놓았다

크레파스는 일본의 다쿠라 회사에서 크레용과 파스텔을 결합해 만든 화구로 우리가 가장 일반적인 화구로 시작하지만, 잘 부러지고 세밀하게 그릴 수 없는 등 단점이 너무 많다는 설명이다. 거기다가 켄트지도 그림을 그리기에 적당하지 않다고 했다. 오히려 세밀한 묘사, 다양한 색감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색연필이 가장 좋은 화구”라고 추천했다.

“또 아무도 그림 그리는 방법을 가르쳐 주지 않는 게 문제에요.”

15년 전 미술교실 ‘따라 그리기’를 시작했을 때, 미술계 안팎에서 많은 공격을 받은 기억을 언급했다. 그림은 “개개인의 예술적 상상력으로 그려야 하는 것이지 그걸 가르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비판이었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다. 그림은 스스로 알아서 그리지 못한다는 생각이다. 언어를 자유롭게 다루기 위해 많은 연습이 필요한 것처럼, 미술 또한 마찬가지라는 설명이다.


자전거를 타기 위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반복하듯이 그림 또한 마찬가지인데, 어느 시점에 나에게 미술적 재능이 있다, 없다는 판단하는 건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자신 또한 학교에 다닐 때 미술 성적이 그리 좋지 않았고, 성적표엔 ‘미’도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우연한 계기로 미술반에 가게 돼 사물을 새롭게 해석해서 표현한 그림에 매료돼 미대에 진학하게 됐음을 소개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재능에 대해 크게 생각하는데, 그건 대작가나 대화가라면 몰라도 결국은 교육의 힘이 큼을 강조했다. “소질이 없어서 그림을 못 그리는 게 아니라 그리지 않아서 못 그린다”는 설명이다.

“사람의 뇌는 시각적인 기능을 담당하는 우뇌하고, 비판적인 기능을 하는 좌뇌가 있는데, 그림을 그릴 때 방해하는 것은 이 좌뇌 때문이에요. 우뇌가 그림을 그리고 싶어도 좌뇌가 끊임없이 ‘너, 잘 못 그리잖아.’ ‘거 봐, 그걸 그림이라고 그렸어?’ 이렇게 방해해요.”

그러면 어떻게 해야만 할까? 저자는 첫째, 안 보고 그려야 한다고 했다. 좌뇌가 간섭하는 걸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야 우리 눈에 인식된 대상을 어떤 방해나 선입견 없이 물 흐르듯 표현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고 새로운 표현의 세계에 눈을 뜨게 해준다.


연습 방법은 그림을 그릴 때 자신의 그림을 보지 않고 대상에만 시선을 고정시킨 상태로 그림을 그리라는 주문이다. 자신의 손을 그린다면, 약 5분 정도 동안 자신이 그리는 그림을 보지 않고 그릴 것을 권했다. 눈은 오로지 대상의 관찰에만 집중하기 위해서다. 이 연습은 시각적인 고정 관념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한 훈련이다.

“각자에게 비너스의 그림을 그리게 하면 대부분 자기 자신의 얼굴을 그려요. 사람의 ‘관념의 벽’ 때문이에요. 보고 있는 걸 그리는 게 아니라, 보고 있다고 믿는 것을 그려요. 내가 듣고 싶은 말이 잘 들리는 이치와 같아요.”

두 번째는 선 연습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익숙해질 때까지 수많은 연습이 필요하단다. 손은 오랫동안 그림을 그리기보다는 글씨를 쓰는 데 익숙해져 있어서 우리 손의 근육과 미세한 신경은 작은 글씨를 쓰기 위한 움직임으로 발달해 있다는 것이다.

글씨 쓰기에 익숙한 손을 그림 그리기에 익숙하게 만들어야…

그렇기에 작고 세밀한 묘사를 할 때에는 상관이 없지만, 어느 정도 이상 크기의 그림을 그리면 긴 선을 긋는 스트로크(stroke: 그림을 그릴 때 연필이나 붓이 화면에 닿았다가 떨어지기까지의 움직임)가 매우 어색하고 부자연스럽다는 것이다.

“이런 손의 습관을 길들여 그림 그리기에 적합한 스트로크를 하기 위해서는 손가락이나 손목을 고정시키고 팔꿈치와 어깨 관절만을 움직여 길고 반듯한 선을 긋는 연습을 반복해야 해요.”

스케치란 사람이 손을 이용하여 무엇인가를 표현해 내는 그림 가운데 가장 기본적인 형식을 말합니다. 어린 시절 단순한 선 그리기를 하면서부터 스케치는 시작되고, 대부분 그림을 그리는 재미에 푹 빠지게 됩니다. 그러나 지나치게 상상력과 창의력만을 강요하는 우리의 미술 교육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제대로 된 기교를 배우지도 못한 채 좌절을 맛보며 그림에서 멀어지고 말지요. 그때부터 그림은 막연한 환상이요, 언제고 도전해 보고픈 아련한 꿈에 머물고 마는 것입니다.

모든 예술적 창조는 독창적인 상상력과 훌륭한 기교가 조화를 이루어야 가능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가 받아 왔던 미술 교육은 지나치게 상상력과 창의력만을 강요했고, 그것을 표현해 내는 수단인 기교는 늘 뒷전에 밀려 독창적인 시각만 있다면 그림은 저절로 그려지는 것으로 믿게 만들었습니다.

창의력이나 개성적인 시각은 누군가에게 배우기보다는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그러나 기교나 기법은 어떤 식으로든 표현 방법을 익혀야만 합니다.

이번 ‘스케치 특강’에서는 이제 막 그림 그리기에 도전하는 사람들을 위해 가장 기초적인 드로잉 기법을 다루려고 합니다. 그동안 잘 그린 그림들을 보면서 위축되었던 마음의 부담을 덜고, 가벼운 마음으로 미술에 접근하도록 하세요. 그림 그리기는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놀이이며 누구에게나 나름의 개성과 소질이 존재한다는 것을 믿고, 이제 그 행복한 그림 세상 속으로 떠나 보시기 바랍니다.

그럼 지금부터, ‘그림을 잘 그리는’ 다섯 가지 비결을 소개하겠습니다.

1. 용기를 내어 시작한다
자전거 타기를 처음 배웠을 때의 기억을 떠올려 보세요. 자전거를 타는 방법에 대한 장황한 설명을 듣기보다 용기를 내어 자전거에 올라타면, 몇 번을 넘어지고 비틀거리다가 어느 순간 자신이 자전거를 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한번 배운 자전거 타기는 평생 다시 배울 필요가 없습니다. 그림 그리기도 자전거 타기와 같습니다.

처음 자전거를 배울 때 누군가가 자전거의 뒷부분을 잡아 주면 안심하고 페달을 밟을 수 있었던 것처럼, 이 책은 여러분이 조금 더 편안하게 그림 그리기를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입니다. 하지만 핸들을 잡고 있는 것은 여러분이니 스스로 현명하게 방향을 선택해야 합니다. 만약 잘못된 선택이었다면 먼 길을 돌아가야 할 테니까요.

2. 잘 볼 수 있어야 한다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의 시각적 고정관념을 갖고 있으며 그것은 자신의 그림에 고스란히 나타납니다. 다시 말하면 눈에 보이는 대상을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는 고착화된 이미지와 뒤섞인 형태로 그리게 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의 얼굴을 모델로 여러 사람이 그림을 그렸을 때 저마다 자신의 얼굴과 닮은 그림을 그린다거나, 장미꽃을 그릴 때 어린 시절에 많이 그렸던 꽃의 이미지와 혼합된 엉뚱한 꽃으로 표현하는 경우입니다.

또한 입체적인 공간을 평면적으로 파악하고 대상의 깊이를 표현해 내지 못하는 것도 충분한 관찰과 분석을 거치지 않고 습관에 따라 그림을 그리기 때문입니다. 특히 어린 시절에 만화와 같은 동일한 패턴의 그림을 많이 그렸던 사람일수록 이런 현상이 두드러져 바로잡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대상을 잘 관찰하고 실제로 눈에 보이는 모습과 가장 가깝게 표현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3. 마음을 비운다
미술은 늘 새로운 도전의 연속입니다. 잘 그려야지 하는 욕심과 이쯤에서 포기해 버릴까 하는 유혹에 시달리기도 하고 어느 선에서 마무리해야 할지 몰라 혼란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어느 순간 마음을 비우면 재미있는 소설에 빠져들듯 그림 속에 몰입되어 마음속의 모든 욕심과 걱정은 사라지고 고요만 남게 됩니다. 이와 같은 몰입 상태는 가장 능률적인 창조의 시간이고, 상상력은 극대화되어 스스로도 놀랄 만큼 멋진 결과를 만들어 냅니다.

4. 여러 가지 기법을 시도해 본다
이 책에 소개된 여러 가지 기법들을 차례차례 시도해 보고, 다양한 회화적 가능성을 스스로 발견해 내기 바랍니다. 익숙한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해 보면 자신도 몰랐던 재능을 발견할 수 있고, 새로운 재미에 흠뻑 빠져들 수도 있습니다. 이 세상에는 분명 수천 가지의 표현 방식이 있을 것이고 꾸준히 시도를 하다 보면 여러분만의 독특한 표현 방식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5.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어떤 사람은 그림을 못 그리니까 그림을 배울 필요가 없다고 말을 합니다. 이 말은 무엇이건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으니 아무것도 배울 필요가 없다는 말과 같습니다.

피카소나 빈센트 반 고흐도 분명 한때는 여러분처럼 처음 연필을 잡고 스케치를 배웠을 것입니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은 세계적인 화가나 이제 막 미술 연필을 잡은 여러분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미술에 실패란 없습니다. 성공적인 그림을 위한 과정일 뿐입니다. 평생 동안 그리기를 배우고 익힌다는 느긋한 마음가짐으로 천천히 즐기면서 작은 성과에도 크게 만족할 줄 아는 여유가 필요합니다.

 

스케치 기초 연습 1 - 선 긋기, 스트로크 연습



<선 긋기 연습>

드로잉에 앞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연습은 우리 손이 갖고 있는 좋지 않은 습관을 없애는 일입니다. 손은 오랫동안 그림을 그리기보다 글씨를 쓰는 데 익숙해져 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 손의 근육과 미세한 신경은 작은 글씨를 쓰기 위한 움직임으로 발달해 왔습니다. 때문에 작고 세밀한 묘사를 할 때에는 상관이 없지만, 어느 정도 이상 그림의 크기가 커지면 긴 선을 긋는 스트로크(stroke: 그림을 그릴 때 연필이나 붓 등이 화면에 닿았다가 떨어지기까지의 움직임)가 매우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워집니다. 대표적인 예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런 선을 그리지 못하고(○)



이렇게 중첩된 선을 잇대어 긋게 됩니다.(×)



단순한 동그라미를 그릴 때에도(○)



수없이 많은 선들을 사용하게 됩니다.(×)



이런 손의 습관을 새롭게 길들여 그림 그리기에 적합한 스트로크를 만들어 내려면, 손가락이나 손목을 고정하고 팔꿈치와 어깨 관절만을 움직여 길고 반듯한 선을 긋는 연습을 반복해야 합니다.

상하로 직선 긋기
A4나 B4 사이즈의 종이를 준비한 다음, 1cm 정도의 간격을 두고 위에서 아래로 반듯하게 선을 내려 긋는 연습을 해 보세요. 시작점과 끝점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선의 굵기와 간격도 일정하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때 손가락을 움직이면 선의 굵기가 달라지고, 손목을 움직이면 선이 손목 쪽으로 휘게 됩니다. 위에서 아래로 긋는 연습을 10장 정도 한 후에는, 반대로 아래에서 위로 올려 긋는 연습을 해 보세요. 종이는 항상 몸과 수직으로 고정시켜서 움직이지 않도록 합니다.


바둑판과 대각선 긋기
균등한 간격이 유지되도록 바둑판과 대각선 긋기를 연습해 보세요.


물결무늬 만들기
물결 모양의 부드러운 곡선을 그어 보세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선과 반대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이어지는 선 긋기를 번갈아 해 봅니다. 시작점과 끝점의 간격이 최대한 균일해야 하고 도중에 연필선이 갑자기 진해지거나 가늘어지지 않도록 주의합니다.


도형 만들기
작은 동그라미를 중심으로 점점 큰 동심원을 그려 보세요. 선과 선 사이가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고 형태가 일그러지지 않도록 주의합니다. 같은 방법으로 사각형과 삼각형 등도 연습해 보세요.


<스트로크 연습>

연필 선은 손의 모양과 위치, 속도와 강약 그리고 연필과 종이의 종류에 따라 아주 다양한 느낌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아래 보기는 지면 관계로 축소되어 실려 있지만 실제 연습을 할 때는 훨씬 크고 대담하게 그려 보도록 합니다.

연습 1
연필을 쥐는 힘을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파도무늬를 만들어 보세요. 파도무늬를 응용한 다양한 무늬도 연습하세요.


연습 2
손가락에 힘을 빼고 계속해서 곡선 연습을 해 보세요. 같은 방법으로 위에서 아래쪽으로 무늬를 그려 봅니다.


연습 3
여러 가지 크기로 반복해서 타원을 그려 보세요.


연습 4
짧게 끊어진 선 긋기는 ‘해칭(hatching)’이라고 하며 이때는 힘의 가감이 중요합니다. 해칭은 명암을 표현할 때 가장 많이 사용되는 스트로크 방식입니다.

 

스케치 기초 연습 2 - 패턴, 그러데이션, 낙서 연습



<패턴 연습>

패턴 그리기는 지루하지 않게 선 연습을 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적당한 크기로 정사각형을 그린 다음, 그 안에 여러 가지 모양의 패턴을 정성껏 그려 넣습니다.

연습 1
아주 짧은 선을 이용하여 재미있는 질감 표현을 해 보세요.


연습 2
선을 겹쳐서 마치 옷감을 짜듯 패턴을 만들어 보세요.

<그러데이션 연습>

그러데이션이란 점점 밝아지거나 점점 어두워지는 강약의 단계를 말하며, 명암 표현을 할 때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많은 연습이 필요합니다.

연습 1
선을 그으면서 점점 연필에 힘을 빼거나 점점 힘을 실어서 강약을 표현해 보세요.

연습 2
앞에서 연습했던 해칭과 같은 다양한 스트로크를 활용하여 그러데이션을 표현해 보세요.

<낙서 연습>

낙서는 아무 생각 없이 손이 움직이는 대로 그리는 그림입니다. 이런 그림은 복잡한 선들이 엉키고 더해지면서 어떠한 형태로 발전해 가는 경우도 있고 때로는 단순한 추상적 이미지에 그치기도 합니다. 처음부터 어떤 목적을 갖고 시작한 낙서는 대부분 만화적인 느낌의 그림이 되거나 엉성한 소묘처럼 보이게 되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재빠르게 사인을 하는 느낌으로 휘갈기는 선들은 나름대로의 ‘맛’을 갖게 되며, 나중에 본격적인 스케치에 들어갔을 때 그림에 세련미를 더해 줍니다.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국적 불명의 추상적인 글자를 길게 이어서 써 보세요. 빠른 속도로 선이 끊어지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본격적인 드로잉을 해 보는 순서입니다. 드로잉을 요리에 비교한다면, 지금까지 여러분은 칼을 쓰는 요령과 다양한 조리법을 배웠습니다. 여러분만의 손맛을 내기 위한 준비는 마친 셈이고, 이제 요리를 위한 재료를 고를 차례입니다. 생선 요리에는 생선에 맞는 양념이 필요하듯, 여러분이 선택한 소재에 따라 각각 다른 기법과 요령이 필요할 것입니다. 또한 화면을 구성하는 능력과 세심한 관찰력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꽃 드로잉

꽃은 종류도 다양할 뿐 아니라, 형태와 색깔이 풍부해서 그림을 그리는 재미를 한껏 느낄 수 있게 해 줍니다. 꽃은 아주 섬세한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자세한 형태보다는 자유롭고 과감한 드로잉 방식으로 이미지 위주의 표현을 함으로써 더욱 예술적인 가치를 지닌 그림을 그릴 수 있습니다.

위의 보기들처럼 밑그림 없이 채색부터 시작하는 경우에는 다른 종이에 마음에 들 때까지 몇 번이고 스케치해 본 다음, 그것을 보고 가장 핵심적인 부분부터 시작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나무 드로잉

인물과 함께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가장 많이 그렸던 대상이 나무입니다. 제가 대학생 시절, 평소에 흠모하던 교수님의 드로잉 수업을 듣게 되었는데, 그분은 한 학기 내내 교정에 서 있던 느티나무 한 그루만을 그리게 하셨습니다.

느티나무 한 그루 안에 드로잉을 위한 모든 것들이 전부 담겨 있으니 다른 것은 그릴 이유가 없다는 그분의 가르침을 이제는 알 듯도 합니다.

이번에는 좀 더 세밀한 표현으로 그려 보겠습니다.

이 드로잉 순서와 요령을 확실하게 익히면, 다른 어떤 나무를 그리더라도 자신감을 가질 수 있습니다.


형태를 스케치하고 밝은 부분을 노란색으로 깔아 줍니다. 나무 전체가 아닌 부분에만 바탕 처리를 하는 이유는 나무 사이에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쑥색을 부드럽게 사용하여 잎사귀 덩어리의 그늘진 부분을 채색합니다. 처음부터 너무 진한 그림자가 생기면 그림 전체가 어두워질 수 있습니다.


전체적인 그림자를 넓게 입혀 줍니다. 초록색과 갈색을 사용하며 너무 빽빽해지지 않도록 주의합니다. 하늘색과 군청, 황토색 등 다양한 색깔을 사용해 나무의 깊이감과 명암을 나타냅니다. 잎사귀 덩어리들이 모두 똑같은 형태가 되지 않도록 주의합니다.


가장 어두운 부분과 줄기 등에 진한 색깔로 악센트를 넣어 완성합니다. 다양한 색깔을 사용해 드로잉하는 것은 마치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것과 같습니다. 서로 다른 음색들이 어우러져 멋진 교향곡을 연주하듯, 여러 가지 색깔과 스트로크들이 한데 어울려 한 점의 드로잉이 탄생합니다.

풍경 드로잉

색연필 작업에 있어서 풍경 드로잉은 이상적인 소재라고 보기는 힘듭니다. 그러나 작은 소품을 그리기 위해서라면 색연필의 장점을 잘 살릴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휴대가 간편하다는 장점 때문에 야외 작업에서 부담 없이 활용할 수 있습니다.

색연필의 특성에 따라 그림의 느낌이 완전히 달라지는데, 더욱 풍부한 색감을 얻기 위해서는 파스텔 계열의 부드럽고 심이 두꺼운 색연필이 좋습니다.

풍경 드로잉을 연습하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은 다른 사람의 작품이나 사진을 보고 그리는 것입니다. 아래의 눈 덮인 설경 그림은 수채화 작품을 동일한 색감으로 색연필 드로잉을 해 본 것이며, A4 크기의 모조지에 일반 색연필을 사용했습니다.

인물 드로잉

사람은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그림의 소재이면서, 동시에 가장 까다로운 대상입니다. 특히 얼굴은 우리의 관찰력을 무력하게 만드는 관념적 습관의 벽을 넘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실제의 모습보다 다른 이미지가 뒤섞인 그림이 되기 쉽고, 닮게 그려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아주 작은 실수도 허용하기 어렵게 만들어버립니다. 인물 드로잉을 재미있게 하기 위해서는 우선 얼굴 표정의 묘사보다는 인물의 전체적인 이미지를 표현하는 연습을 많이 해야 합니다.

인물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가장 주안점을 두어야 할 부분은 눈입니다. 우리의 시선이 가장 먼저 가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전체적인 톤 그리고 얼굴의 다른 요소들과 자연스럽게 묻히는 듯한 느낌으로 표현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자칫하면 어린이의 그림이나 만화처럼 변하고 맙니다.


위의 보기는 회색 색종이 위에 검은색과 흰색 두 가지 색연필로 드로잉한 그림입니다.

인체 드로잉

인체 드로잉은 대상의 모티브를 다양한 각도에서 찾아내야 합니다. 포즈나 동작이 재미있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고, 옷의 색깔이나 무늬에서 모티브를 발견하기도 합니다.

대상의 질감 처리에서 뛰어난 효과를 볼 수 있는 색연필의 장점을 살린다면 다양한 인체의 표정을 연출할 수 있습니다. 그림을 보는 사람은 대상이 누군지 알 수는 없지만,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일까 하는 호기심을 품게 됩니다. 그런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게 만드는 그림이 성공적인 그림입니다.


두 보기는 색연필 드로잉의 극단적인 두 가지 표현 방식을 보여 줍니다. 왼쪽 보기는 매끈한 종이에 부드러운 색감으로 칠하고 바탕 면을 그대로 노출해서 매우 섬세한 느낌을 주는 반면, 오른쪽 보기는 결이 거친 색종이에 검은색과 흰색만으로 중앙아시아의 고원 지대에서 만난 한 소녀의 독특한 이미지를 강한 콘트라스트로 표현하였습니다.

캐릭터 드로잉

꼭 상업적인 목적이 아니더라도 캐릭터, 특히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팬시 캐릭터를 그리는 일은 매우 즐거운 작업입니다. 색연필은 특유의 부드러운 질감과 따뜻한 느낌을 전달해 팬시 캐릭터를 그리기에 적합한 도구이며, 보기에서 알 수 있듯이 표현의 폭 또한 매우 넓습니다. 캐릭터 드로잉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처음부터 창작에 고민하기보다는 이미 알려진 캐릭터들을 하나씩 모사해 보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대부분의 팬시 캐릭터의 소재는 인물과 동물입니다. 그중에서 동물은 ‘의인화’라는 과정을 거쳐 캐릭터로 태어나게 됩니다. 테디베어 인형은 보는 각도를 바꾸어 가며 캐릭터 드로잉 연습을 하기에 좋은 소재입니다. 또는 잘 알려진 동화책의 주인공을 상상력을 발휘하여 개성 있게 그려 보는 것도 무척 재미있습니다.


아래 보기는 동물의 털이 주는 소프트한 질감을 스트로크로 표현하고 전체적인 색감은 따뜻하게 처리했습니다. A4 크기의 복사 용지에 일반 색연필로 그렸습니다. 여러분도 똑같이 그려 보기 바랍니다.

소재별 스케치 1 - 정물 스케치


신발은 정물 스케치의 소재로 가장 자주 등장하는 주인공입니다. 위의 보기 가운데 왼쪽과 중앙의 스케치는 순수한 윤곽선 스케치로써 선의 굵기를 다르게 표현하였습니다. 가는 선 스케치는 채색을 위한 밑그림에 적당하고, 굵은 선 스케치는 삽화 형식의 단순한 이미지를 보여 줍니다.

이 그림들은 모두 실제 신발을 보고 스케치한 것이 아니라 기억 속의 신발을 재현했기 때문에 실제보다는 좀 더 단순해 보입니다. 또한 신발 끈의 도식적인 형태나 가장자리 외곽선의 단순한 형태는 아래 보기와 같이 실제 대상을 보고 그린 스케치와 큰 차이가 있습니다. 기억과 상상에 의한 스케치는 나름대로의 감각적 특성과 관념적인 형태를 갖고 있기 때문에 필요에 따라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주변에 있는 다양한 사물들을 대상으로 많은 스케치를 해 보기 바랍니다.

신발은 단순하게 사물의 차원을 넘어 독특한 이미지를 담고 있습니다. 마치 고흐의 정물에 등장하는 소품들이 고흐의 고된 생애를 암시하듯, 낡은 신발은 그 주인의 캐릭터를 연상하게 합니다.

스케치의 대상을 선택할 때는 이처럼 색다른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는 소재를 선택하는 것도 스케치의 재미를 더해 줍니다.

이제 그림이 그려지는 과정을 살펴보겠습니다.

1. 운동화의 전체적인 모습을 떠올리면서 윤곽을 잡습니다. 끈이 달린 운동화의 특성을 고려하여 발등 부분을 높여 스케치합니다.

2. 눈에 보이는 대상은 아니지만 시각적인 균형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특히, 발목 부분과 바닥면의 경사가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합니다.

3. 자칫하면 균형을 잃고 엉성한 형태로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스케치를 하면서 조금씩 수정을 합니다.

왼쪽의 보기처럼 윤곽선만으로 스케치를 마칠 때에는 이 상태에서 선 처리를 해 주거나 라이트 박스 위에 그린 그림을 놓고 비치는 선을 따라 새 종이에 윤곽선을 그립니다.(트레이싱 기법)

4. 사실 기억과 상상만으로 명암 처리를 하기는 어렵습니다. 이 그림에서는 색상의 변화만을 고려하여 몇 가지 톤으로 구별을 해 주었고, 발목 부분만 어둡게 그림자 처리를 했습니다.

소재별 스케치 2 - 동물 스케치


현존하는 그림 가운데 가장 오래된 그림이 동물을 소재로 한 벽화 그림이지만, 끊임없이 움직이는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스케치는 예나 지금이나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동물만이 가질 수 있는 독특한 움직임과 두 눈을 통해 느껴지는 감정 그리고 개성 넘치는 균형미로 ‘동물 스케치야말로 모든 스케치의 진수’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특히 동물과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평생 함께할 수 있는 좋은 취미 생활이 됩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양이나 소, 자고 있는 강아지 등은 좋은 대상입니다. 동물원에 놀러갈 때에도 스케치북 한 권과 함께한다면 그냥 둘러보는 것보다 훨씬 색다른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동물 스케치는 동물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며, 스케치를 하면 할수록 말없는 동물이 들려주는 무언의 메시지를 감지할 수도 있습니다. 동물 스케치는 예리한 관찰력과 빠른 손놀림이 요구됩니다. 처음부터 움직이는 실제 동물을 스케치하기 힘들다면, 작가의 그림을 모사하거나 사진을 보면서 틈나는 대로 연습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애완 고양이는 동작이 재빠르지 않기 때문에 비교적 여유 있게 스케치할 수 있는 모델입니다. 먼저 전체적인 크기를 가늠하고 머리와 몸통을 구분하는데, 머리통이 너무 커지지 않도록 주의합니다. 둥근 머리통에 그려진 보조선은 얼굴의 중심선과 눈의 위치를 표시하기 위함입니다. 얼굴 표정도 중요하지만 지나치게 손이 가면 유치한 느낌을 주므로 전체적인 균형을 먼저 신경 써야 합니다. 무늬나 수염 따위는 마무리 단계에서 살짝 입혀 주는 느낌으로 표현합니다.

몇 년 전 생생한 동물 스케치를 하기 위해 두 달 동안 아프리카에 머물며 그렸던 치타의 스케치입니다. 카메라 없이 오직 스케치북만 들고 동물들을 찾아 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녔던 소중한 경험의 흔적들입니다.

스케치 기법 2 - 내추럴 스트로크, 휘갈기기 기법


<내추럴 스트로크>
내추럴 스트로크(Natural Stroke)란 어떤 양식에도 얽매이지 않고 손을 부드럽게 움직여 그리는 것으로 가장 일반적인 스케치 방식입니다. 두 개 이상의 선이 중첩되면서 원하는 형태를 서서히 만들어 가는 기법인데, 앞에서 설명한 기법들도 사실은 내추럴 스트로크가 그 기본이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방식으로 세련된 스케치를 하기 위해서는 숙련을 요하므로 많은 연습이 필요합니다.

보조선이나 밑그림 없이 윤곽선이 시작되므로 전체적인 크기나 구도를 미리 가늠해야 합니다. 거침없이 빠른 속도감을 살리고 박진감과 자유로움을 중요시하는 스케치인 만큼 선에 대한 깊은 이해가 우선시되어야 합니다.

내추럴 스트로크는 회화적 느낌이 강한 스케치를 만들어 냅니다. 그림은 기계가 아닌 손이 만들어 내는 자연스러운 흔적이라는 사실을 보여 줍니다.

<휘갈기기 기법>
내추럴 스트로크의 가장 극단적인 형태를 보여 주는 기법은 ‘휘갈기기’로,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이 책에서 임의로 붙인 명칭입니다. 2~3분 내외의 빠른 시간 안에 종이에서 연필을 떼지 않고 사인을 휘갈기듯 스케치하는 방식입니다.

색연필을 사용해 휘갈기기 기법을 할 때, 몇 가지 색깔을 섞어서 스케치하면 매우 독특한 느낌의 작품을 그릴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해 보여도 꾸준히 연습하다 보면 자기 사인에 익숙해지듯 조금씩 세련된 스케치로 발전합니다.

휘갈기기 기법은 부드러운 선과 강한 선의 조화가 중요합니다. 빠른 속도로 연필을 움직이지만 연필을 쥐는 손의 강약 조절이 포인트입니다. 힘을 줘야 할 때와 뺄 시점이 순간적으로 교차되기 때문에 타이밍이 아주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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