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 서현
비어 있어야 쓸모가 있다
서른 개의 바퀴살이
바퀴통에 연결돼 있어도
비어 있어야 수레가 된다.
찰흙을 빚어 그릇을 만들어도 비어 있어야
쓸모가 있다. 창과 문을 내어 방을 만들어도
비어 있어야 쓸모가 있다. 그런 고로
사물의 존재는 비어있음으로
쓸모가 있는 것이다.
- 서현의《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중에서 -
많은 사람들이 비우는 것을 두려워한다.
많이 비워져 있는 그릇이 큰 그릇입니다.
많이 비워 있는 사람이 큰 사람입니다.
비운 만큼 많이 채울 수 있고
많이 나눌 수 있습니다.
건축이 사람을 담는 그릇이라고 표현되는 것처럼 공간은 단지 바라보기 위한 대상이 아니라, 구체적인 인간의 모습과 생활 그리고 사회가 바라보는 미래의 모습을 담는 그룻이 된다.
건축의 기능은 삶의 공간을 제공한다는 목적 외에도, 바라보는 경관의 대상으로서 함께 제공되어야 한다는 생각과, 또한 건축가가 도면에 점 하나를 찍는 것으로부터 점차 면, 비례, 상자, 공간으로 확대되는 과정으로 전개되는 건축을 설명해 주고 있다. 그리고 별 의미가 없다고 여겨졌던 문이나 창의 위치에 대해서 건축 공간의 작은 부분까지도 세심하게 배려되고 있다는것을 깨닫게 해 주었다.
좋은 건축을 즐겁고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듯이, 좋은 건축을 만들기 위한 건축가의 가치관을 엿볼 수 있었으며, 그 건축물이 만들어진 시대의 배경과 정신을 읽을 수 있다.
건축은 엄청난 양의 물리적 자원과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소요되고, 이들의 사회적 이해관계가 연계되어 이루어지는 대단한 작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